본질을 지키는 일
“소연 씨, 구조상 벽을 완전히 터는 건 어렵대요.”
건물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신 문을 하나 만들어서 두 공간을 연결하는 건 가능하답니다.”
소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처음 그렸던 그림과는 달랐지만,
그 말엔 또 다른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
“문 하나로 연결되는 공간이라…”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서로 다른 온기가 문을 통해 이어지는 거니까.”
준혁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책방답네.
완전히 하나가 되기보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문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거.”
그날, 두 사람은 새로운 도면을 함께 그렸다.
문이 생길 자리,
그 앞에 둘 작은 테이블,
그리고 그 문을 지나 처음 마주할 문장.
“당신의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곳,
그 문 너머에도 조용한 숨이 흐릅니다.”
소연은 그 문장을 벽에 직접 적기로 했다.
그녀는 붓을 들고,
조심스럽게 글씨를 그려나갔다.
밖은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공사 소리 너머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본질을 지키는 선택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 마음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 넓은 이야기를 향해 이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