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마음
“소연 님, 이쪽 공간… 정말 좋아요.”
한 손님이 문을 지나 새 공간에 앉으며 말했다.
“조용하고 따뜻해서,
오래된 기억이 조심스럽게 떠오르네요.”
소연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노트를 꺼냈다.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글쓰기 노트.
그 안엔 미완성 문장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펜을 들고,
천천히 첫 문장을 적었다.
“조용한 공간은,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자리였다.”
준혁은 그녀 옆에 앉아 조용히 물었다.
“새 글 시작한 거야?”
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이 공간이 다시 나를 움직이게 했어.”
그날, 두 사람은
문이 연결된 두 공간을 오가며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이들은 조용히 글을 쓰고,
어떤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조용해지자,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이제는…
내 글이 이 공간을 닮아가는 것 같아.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너의 글은
내 마음에도 오래 남아.
그게 내가 이 공간을 함께 지키고 싶은 이유야.”
밖은 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다시 쓰는 마음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문장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