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란 (137)

새로운 시작

by seungbum lee

새로운 시작
그날 저녁, 김한오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백정치는 처음으로 편히 잠을 잤다. 김장독 아래 반공호를 떠난 지 열흘,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마침내 안전한 곳에 도착한 것이다.
다음 날, 김한오가 찾아왔다.
"백 선생,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시겠습니까? 조선에서 오신 분들 중에 장부를 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버지의 은인인데요. 당연히 저희가 돕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김한오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언젠가 조선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시죠?"
백정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를 위해 준비하십시오. 지금은 혼란의 시기지만, 반드시 평화가 올 겁니다. 그때 고향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힘을 기르세요."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한 사람은 탈출에 성공한 자, 다른 한 사람은 먼저 정착한 자. 이들의 만남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창밖으로 난징의 거리가 보였다. 이제 이곳이 백정치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고향을 향하고 있었다.
밤마다 그는 법성포에서 했던 큰절을 떠올렸다. 부모님을 향한 그 절, 고향을 향한 그 절.
'반드시 돌아가겠습니다. 살아서 꼭 돌아가겠습니다.'
책상 위에는 김상 돌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구겨지고 젖었지만, 그 안의 글씨는 여전히 선명했다.
"한오야, 이 사람을 도와다오. 우리는 같은 고향 사람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다."
백정치는 편지를 소중히 접어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내리되, 고향을 잊지 않으리라. 언젠가 다시 돌아갈 그날을 위해, 오늘도 살아가리라.
난징의 밤하늘에 별이 빛났다. 그 별빛은 조선 땅 위에도 똑같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keyword
월, 화,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