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 , 따로서다 (2)

득의 선택 복의 약속

by 이 범

득의 선택, 복의 약속
다음 날 아침.
득은 높은 산에 올라갔다.
복도 함께 갔다.
"자, 득아. 눈을 들어 보거라."
복이 말했다.
득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북쪽으로는 한양이 보였다.
남쪽으로는 전라도가 펼쳐졌다.
동쪽으로는 경상도가.
서쪽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어떠냐?"
"장관입니다..."
득은 남쪽을 바라보았다.
전라도 평야.
강이 흐르고 들판이 넓었다.
물이 넉넉하여 마치 낙원 같았다.
"저기 전주 근처가 좋겠습니다."
"전주?"
"네. 땅이 비옥하고 물이 풍부합니다."
"장사하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너는 남쪽으로 가거라."
"나는 여기 충청도에 남겠다."
"아저씨..."
"괜찮다. 가끔 만나면 되지."
두 사람은 포옹했다.
일주일 후.
득은 짐을 꾸렸다.
양 백 마리.
소 오십 마리.
종들 스무 명.
"아저씨,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다. 내가 고맙지."
"항상 나를 따라주어서."
"제가 배운 게 많습니다."
"하늘님을 믿는 법을."
"그것을 잊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득의 일행이 남쪽으로 떠났다.
복은 손을 흔들었다.
사라가 옆에 섰다.
"여보, 섭섭하시죠?"
"그렇소. 하지만 잘된 일이오."
"득이도 이제 가장이 되어야지."
득은 며칠을 여행했다.
전주 근처에 도착했다.
"여기가 좋겠구나."
아내가 말했다.
"그래요. 물도 좋고 땅도 넓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조금 더 남쪽.
한 마을이 보였다.
"여보, 저기는 어디죠?"
"남원이라는 곳이래요."
"가보고 싶어요."
남원에 가보니 더 좋았다.
땅이 기름지고.
사람들이 많고.
장사가 잘 될 것 같았다.
"여기다!"
득이 결정했다.
"여기서 살겠소."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곳 사람들은 악했다.
"저 새로 온 놈 좀 봐."
"부자인가 봐."
"털어먹어야겠어."
도둑들이 많았다.
사기꾼들도 많았다.
"이 땅 제 겁니다!"
"아니요, 제 땅입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했다.
'음... 여기 사람들이 좀 험하구나...'
득은 생각했다.
'하지만 괜찮아. 돈만 잘 벌면 되지.'

하늘님의 약속
한편, 복은 충청도에 남았다.
득이 떠난 후.
복은 제단으로 갔다.
예전에 쌓았던 그곳.
"하늘님, 여기에 다시 왔습니다."
"득이 저를 떠났습니다."
"섭섭합니다만, 이것이 옳은 일인 줄 압니다."
그날 밤, 하늘님께서 나타나셨다.
"복아."
"네, 하늘님."
"눈을 들어 네가 있는 곳에서 사방을 바라보아라."
복은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이었다.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북쪽과 남쪽을, 동쪽과 서쪽을 보아라."
복은 사방을 바라보았다.
"네가 보는 땅을 모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겠다."
"하늘님..."
"내가 너의 후손을 땅의 먼지처럼 많게 할 것이니."
"땅의 먼지를 셀 수 있는 자라야 네 후손도 셀 수 있을 것이다."
복은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자, 일어나서 이 땅을 세로로 질러가 보기도 하고 가로로 질러가 보기도 하여라."
"내가 그것을 너에게 주겠다."
다음 날부터 복은 땅을 다녔다.
북쪽으로 한양까지.
남쪽으로 전주까지.
동쪽으로 경주까지.
서쪽으로 바다까지.
"이 모든 땅이 내 후손의 것이 되는구나..."
복은 감격했다.
한 달 후.
복은 새로운 곳에 정착했다.
충청도 공주 근처.
참나무 숲이 있는 곳.
"여기가 좋겠소."
사라에게 말했다.
"왜 여기요?"
"하늘님께서 이곳을 보여주셨소."
"그렇군요."
복은 그곳에 천막을 쳤다.
그리고 또 제단을 쌓았다.
"하늘님, 여기에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이 제 영원한 집이 될 것입니다."
"저와 제 후손들의."
양을 제물로 바쳤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에필로그 - 두 길
일 년이 지났다.
복은 공주에서 평화롭게 살았다.
이웃과 화목하게 지냈다.
하늘님을 섬기며.
정직하게 장사하며.
"복 어르신은 의로우신 분이야."
사람들이 말했다.
"하늘님을 진심으로 섬기시지."
한편 남원의 득은.
돈은 많이 벌었다.
"여보, 올해도 대박이에요!"
아내가 말했다.
"그래. 여긴 장사가 잘 돼."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악했다.
"득 나리, 또 사기 당했대요."
"뭐?"
"저 사람이 가짜 땅문서를 팔았대요."
"에휴..."
도둑도 많았다.
"또 양을 도둑맞았습니다!"
"몇 마리나?"
"열 마리요!"
득은 한숨을 쉬었다.
'여기 사람들... 정말 악하구나...'
'돈은 벌지만... 마음이 불편해...'
그해 가을.
득은 복을 찾아갔다.
"아저씨!"
"오, 득아! 잘 지냈느냐?"
"네... 아니, 사실은..."
득은 고민을 털어놨다.
돈은 벌지만 마음이 불편하다고.
사람들이 악하다고.
"그래..."
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득아, 기억하느냐?"
"뭘요?"
"내가 땅을 먼저 선택하라고 했을 때."
"네."
"너는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했구나."
"좋은 땅, 물 많은 곳, 장사 잘 되는 곳."
"...네."
"하지만 나는 하늘님께서 보여주신 곳을 선택했지."
"보기엔 평범하지만, 하늘님께서 약속하신 곳."
득은 깨달았다.
"제가... 잘못 선택했습니까?"
"잘못이라기보다는..."
복이 득의 어깨를 두드렸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선택했구나."
"마음으로 보지 않고."
"하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득은 고개를 숙였다.
"돌아오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득아."
"네?"
"그곳에서도 하늘님을 섬길 수 있느니라."
"어떻게요?"
"네가 의롭게 살면 된다."
"악한 사람들 가운데서 빛이 되는 거지."
"쉽지 않을 텐데요..."
"쉽지 않지. 하지만 그것이 하늘님께서 너를 그곳에 보내신 이유일 수도 있다."
득은 생각에 잠겼다.
"제가... 빛이 될 수 있을까요?"
"하늘님께서 함께하시면 가능하지."
득은 공주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복과 함께 기도하고.
제단에서 제사도 드리고.
하늘님의 말씀을 들었다.
돌아갈 때.
득은 달라져 있었다.
"아저씨, 돌아가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늘님을 섬기면서."
"의롭게 살면서."
"잘 생각했다."
"때로는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든지 오너라."
득이 떠났다.
복은 손을 흔들었다.
"하늘님, 득을 지켜주소서."
"악한 곳에서도 의롭게 살 수 있도록."
십 년 후.
복은 구십 세가 넘었다.
여전히 공주에서 살았다.
평화롭게.
하늘님을 섬기며.
득은 남원에서 살았다.
여전히 악한 사람들 가운데.
하지만 그는 빛이 되었다.
"득 나리는 다르시다."
사람들이 말했다.
"정직하시고 의로우시지."
"저분 덕분에 이 동네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어느 날, 득의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왜 우리는 악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사나요?"
"좋은 질문이구나."
"큰할아버지처럼 공주에서 살면 안 돼요?"
득은 아들을 무릎에 앉혔다.
"아버지가 처음에 이곳을 선택했을 때."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선택했단다."
"물 좋고, 땅 좋고, 돈 벌기 좋은 곳."
"하지만 사람들이 악했지."
"그럼 떠나면 되잖아요."
"그렇지. 처음엔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단다."
"악한 곳에서 빛이 되라고."
"빛?"
"그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등불처럼."
"우리가 의롭게 살면, 사람들이 변한단다."
"정말요?"
"그래. 보렴. 십 년 전보다 이 동네가 좀 나아졌지?"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버지 덕분이에요."
"아니다. 하늘님 덕분이지."
"아브람이 롯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한 혈육이 아니냐? 싸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롯은 요르단 들판을 선택하고 동쪽으로 옮겨갔다. 롯이 떠난 다음,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보는 땅을 모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겠다."
창세기 13:8-15
선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
마음으로 보는 것을 선택하는 것.
득은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했다.
좋은 땅, 물 많은 곳.
하지만 악한 사람들이 있었다.
복은 하늘님의 약속을 선택했다.
보기엔 평범하지만
하늘님께서 주신 곳.
어느 것이 옳은가?
둘 다 옳을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늘님을 섬기면 된다.
복은 평화로운 곳에서 빛이 되었다.
득은 어두운 곳에서 빛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하늘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어디에 있든
의롭게 살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복이다.

월, 화,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