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사명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30년(1451년) 봄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
주인공:
이아함(李亞含, 116세): 의로운 선비, 노쇠함
이사(以思, 9세): 약속의 아들
김종(金從, 73세): 아함의 충실한 종, 주인공 종
혜능 대사(慧能大師, 101세): 고승
노인의 부탁
세종 43년 봄.
아함은 매우 늙었다.
백십육 세.
걷기도 힘들었다.
"주인 어른."
김종이 부축했다.
"고맙다, 종아."
"천천히 가십시오."
아함은 이사를 바라보았다.
아홉 살.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
"이사야."
"네, 아버지?"
"잘 자라는구나."
"감사합니다."
"이제 네가 장가를 가야 하는데..."
"아직 어려요, 아버지."
"그래도 준비해야지."
아함은 걱정이 많았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사의 장가는 어떻게 하나...'
어느 날.
아함은 김종을 불렀다.
"종아."
"네, 주인 어른."
"이리 오너라."
김종이 다가왔다.
"무릎을 꿇어라."
"예?"
"내 말을 들어라."
김종이 무릎을 꿇었다.
아함이 말했다.
"네 손을 내 넓적다리 아래에 넣어라."
"주인 어른?"
"그렇게 해라."
김종은 그렇게 했다.
엄숙한 맹세(盟誓)의 방식이었다.
"종아."
"네."
"하늘과 땅의 하늘님을 두고 맹세하여라."
"..."
"너는 내 아들 이사에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
"조선 사람의 딸들 가운데서."
"아내를 얻어 주지 않겠다고."
"예?"
김종이 놀랐다.
"조선 사람 말고요?"
"그렇다."
"그럼 누구를요?"
"너는 내 고향."
"내 친족이 사는 곳으로 가서."
"내 아들 이사에게 거기에서 아내를 얻어 주어야 한다."
"함흥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김종은 걱정했다.
"주인 어른."
"왜?"
"만일 그 여자가."
"저를 따라 이 땅으로 오려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 제가 도련님을."
"주인 어른께서 떠나오신 땅으로."
"다시 데려가야 합니까?"
아함이 단호히 말했다.
"조심하여라!"
"내 아들을 그리로 데려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주님께서."
"나를 내 아버지 집에서."
"내 친족의 땅에서 데려내시고."
"나에게 말씀하시고 맹세까지 하시며."
"'내가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주겠다' 하셨다."
"..."
"그분께서 너보다 앞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네가 거기에서 내 아들에게 아내를 얻어 올 수 있게 하실 것이다."
"만일 그 여자가 저를 따라오려 하지 않으면요?"
"그러면 너는 나에게 한 이 맹세에서 풀려난다."
"다만 내 아들만은 그리로 데려가지 마라."
김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맹세하여라."
"맹세합니다."
"하늘과 땅의 하늘님께."
"도련님을 위해 함흥에서 아내를 구해오겠습니다."
여정의 시작
다음 날 아침.
김종은 준비했다.
낙타 열 마리.
주인의 온갖 좋은 물건들.
금은 패물.
비단.
보석.
"이것을 가지고 가거라."
아함이 말했다.
"너무 많습니다."
"그래야 한다."
"알겠습니다."
김종은 다른 종 아홉 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브엘세바에서 북쪽으로.
함흥을 향해.
"주인 어른."
이사가 물었다.
"김종 할아버지 어디 가요?"
"멀리."
"왜요?"
"너에게 아내를 구하러."
"아내요?"
"그렇다."
"저는 아직 어린데요."
"준비하는 것이다."
"알겠어요."
김종 일행은 한 달을 걸었다.
함경도를 지나.
함흥 근처에 도착했다.
"드디어 왔구나..."
함흥.
아함이 일흔다섯에 떠난 곳.
사십 년이 넘은 후.
"주인 어른의 고향..."
해질 무렵.
마을 우물가에 도착했다.
여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오는 시간.
김종은 낙타들을 우물가에 무릎 꿇게 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주 하늘님."
"제 주인 아함의 하늘님."
"오늘 제게 은혜를 베푸시고."
"제 주인 아함에게 자비를 보이소서."
"보십시오."
"제가 이 물샘 곁에 서 있고."
"이 고을 사람들의 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한 처녀에게."
"'물동이를 기울여 제가 물을 마시게 해 주십시오' 하면."
"그가 '마시십시오, 당신의 낙타들에게도 물을 먹이겠습니다' 한다면."
"바로 그 처녀가."
"당신께서 당신의 종 이사를 위하여."
"정해 주신 여자임을 알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당신께서 제 주인에게."
"자비를 베푸셨음을 알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