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둘째날

by seungbum lee

이틀 아침, 여름의 숨결

8월의 문턱에 들어선 이틀 아침은 마치 계절이 속삭이는 편지 같다. 어제의 여름과 오늘의 여름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공기의 결이 다르고, 햇살의 색조도 미묘하게 바뀐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피로를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즈음의 아침 풍경에서 묘한 위안을 얻는다. 어쩌면 여름이 곧 지나갈 거라는 징조처럼 느껴져서일까.


첫째 날 아침. 창을 열자 습기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아직 한기가 남아 있는 듯한 바람은 새벽의 흔적을 안고 있다. 마당에 심어 놓은 봉숭아 꽃잎이 밤사이 내린 이슬을 품고 선명하게 빛난다. 고요한 풍경 속에서, 먼 데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나 새소리가 유난히 선명하다. 뒷산에 해가 떠오르기 직전, 하늘은 옅은 분홍빛과 회청색의 경계를 오가며 천천히 물들어간다. 부엌에서 끓고 있는 보리차 냄새가 퍼질 즈음, 나는 텃밭으로 나간다. 오이 덩굴에 손을 대면 이슬에 젖은 잎들이 손끝을 간질인다. 해는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금빛 햇살이 옥수수 이랑을 타고 흐르며 여름의 생기를 증명한다.


둘째 날 아침. 유난히 바람이 많다. 창호지를 가볍게 흔드는 바람결이 시원하다 못해 쌀쌀하다. 어제보다 조금 더 높게 열린 하늘은 뭉게구름을 안고 파랗게 빛난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그 뜨거움 속에서도 어딘지 모를 서늘함이 스며 있다. 방 안에 앉아 찻잔을 들고 있으면, 바람이 슬며시 문틈을 타고 들어와 살결을 스친다. 마루에 앉아 있자니 고양이가 내 발곁에 와 몸을 뉘고 낮은 소리로 그르렁댄다. 정오가 되기 전까지 이 여유로움이 계속되길 바란다. 사람들의 하루가 바삐 시작되기 전의 시간, 이 정적은 마치 여름 안에 숨겨진 작은 겨울 같다.


이틀의 아침은 서로 다른 온기와 색채를 품고 있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하루에 단 한 번 찾아오는 아침은 우리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준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작은 꽃들이 피어나는 그 순간들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나는 이 계절의 아침을 사랑한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기 전, 햇살이 포근하고 바람이 맑은 이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내 삶이 작은 축복의 연속임을 깨닫는다. 8월의 이틀 아침은 그렇게, 내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스며들어 기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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