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셋째 날

by seungbum lee

8월의 세째 날, 찜통더위를 견디는 우리들의 이야기

8월의 세 번째 날, 새벽부터 쏟아지는 열기는 멈출 줄 모른다. 아스팔트는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도시 전체를 거대한 찜통으로 만들었다. 선풍기 바람은 이미 뜨거운 공기를 퍼 나르는 무의미한 몸짓이 되었고, 에어컨 실외기 소리는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음악처럼 낮게 깔린다.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서민들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고층 빌딩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사람들은 이 더위를 잊고 일할지 모르지만, 우리들의 삶은 다르다. 아침 일찍 문을 연 시장 골목은 이미 땀 냄새와 활기로 가득하다. 좌판에 앉아 파리와 싸우며 채소를 다듬는 할머니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흐른다. 연신 부채질을 하지만, 그 바람은 오히려 뜨거운 공기만 휘저을 뿐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손님에게 싱싱한 채소 한 움큼을 더 얹어주며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담긴 넉넉한 인심은 더위조차 녹일 듯 따뜻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공사 현장 인부들은 그늘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안전모를 벗고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를 식히는 그들의 얼굴에는 고단함이 역력하다. 흙먼지 가득한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랜다. 그들의 등에는 가족의 무게가 얹혀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땀을 흘리는 그들의 노동이 있어 도시의 뼈대가 세워지고, 우리 모두의 삶이 지탱된다. 이들은 찜통더위가 내일의 희망을 앗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해 질 녘, 더위는 잠시 물러가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후끈한 열기가 도시를 감싼다. 아파트 놀이터에는 저녁 바람을 쐴 겸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작은 플라스틱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청량제 같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잊고, 옆에 앉은 이웃과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정말 더웠죠?"라는 한마디에 서로의 고단함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땀으로 끈적이는 몸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더없이 가볍고 따뜻하다.

밤이 되자, 도시는 고요해지지만 열기는 여전하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멀리서 들려오는 선풍기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옥상 평상에 나와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도 있다. 덥고 힘든 하루였지만, 그들 머리 위에는 별이 총총 박혀 있다. 작은 별 하나하나가 마치 '수고했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찜통더위 속에서 땀 흘린 하루의 보상처럼 말이다.

8월의 세 번째 날, 찜통더위를 견디는 서민들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그들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땀과 눈물로 얼룩진 하루지만, 그 속에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이 모여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단단한 주춧돌이 되고, 그들의 미소가 모여 삶의 희망을 만들어낸다. 찜통더위는 끝이 있겠지만,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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