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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서재(31)

조명아래서

by seungbum lee

“소연 씨, 인터뷰 요청이 왔어요.”
준혁이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지역 방송국에서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코너에
달빛 서재를 소개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소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우리 책방이… 방송에 나와요?”
준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짜 알려졌나 봐요.
그만큼 사람들이 이 공간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죠.”

촬영 당일, 책방은 평소보다 조금 더 정돈되어 있었다.
카메라가 들어오고, 조명이 켜지고,
소연은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소연 님,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기자의 질문에, 소연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처음엔… 제가 숨 쉴 곳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숨통이 되어준다는 걸 알게 됐고,
그게 저를 다시 살아가게 했어요.”

그 말에, 촬영장은 잠시 고요해졌다.
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촬영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창가에 앉았다.
밖은 초저녁의 빛이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조명이 아직 꺼지지 않은 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연아.”
준혁이 말했다.
“오늘 너, 정말 멋있었어.
그 말들… 나도 처음 듣는 것 같았어.”

소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준혁이 있어서,
그 말들을 꺼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날, 두 사람은
조명 아래서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함께 꾸는 미래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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