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소문
하늘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사람을 버리는 일인줄
모르고 사람들은 함부로 개를 버린다
땅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어머니를 버리는 줄 모르고
사람들은 대모산 정상까지 개를 데리고 올라고 혼자 내려온다
산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전생을 버리는 일인줄 모르고
나무가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내 생을 버리는 일인줄 모르고
사람들은 거리에 개를 내려놓고 이사를 가버린다
개를 버리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은 사람을 보고 자꾸 개처럼 컹컹짖는다
개는 주인을 만나려고 떠돌아다니는 나무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람에 떠도는 비닐 봉지가 되어
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이 가난해 진다
마음이 가난한 개는 울지 않는다
천국의 그의 것이다. 정호승 시 유기견
소비쿠폰으로 머리 염색하기 위해 아침부터 동네 미용실에 갔다
나를 뒤따라 들어오신분도 소비쿠폰 가지고 머리염색하러 오셨다고 했다
원장님은 소비쿠폰 덕 에 손님이 늘었다면 기분이 좋아 보인다.
옛날에는 우물가에서 동네 소문이 났지만 우물이 없는 현대에는
미용실이 우물가 역할을 한다.
뒤따라 들어오신 할머님이 세입자들의 개싸움을 입에 올리셨다
"무슨일로 싸우는데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은 한두사람의 입을 통하면 그 동네에서 살지 않아도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휜히 알게 된다
할머님이 사는 집은 세입자 둘에 할머니까지 세잡이 살고 있다고 한다
"왜 그렇게 싸우는지 모르겠어" 하며 운을 뗐다
아래층 사는 여자와 이층에서 강아지를 많이 키우는
여자가 날마다 싸운다고 했다
아래층 여자는계단에 개털이 뭉쳐 돌아다녀 자신은 개털 알러지로
생활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더니, 결국엔
이층에서 내려오는 정체 불명의 약때문에 계단에 잔뜩 뿌려놓아
이층집 여자네 강아지 발에 습진같은게 생겨 개들이 고생한다는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래층과 이층집 싸움으로 경찰이 오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뉴스에서 나올법한 개싸움 이야기로 동네가 시끌거리고 있다
나는 이층집여자와 아래층 여자가 개들 때문에 싸운다는 소리에
마음이 불편했다.
할머니는 이층집 여자 방안은 온통 개들로 가득차있다고 한다
그 많은 개들을 어디서 데려 왔을까? 생활은 어떻게 할까?
이번 소비쿠폰으로 개들 사료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이층집 여자가 마음에 걸렸다
며칠전 텃밭 가는길, 떠돌이 개 너댓마리가 무리지어 있다가,
사람을 보자 쏜살깉이 수풀속으로 해서 도망 갔다.
한마리는 도망가듯 하더니 뒤돌아서서 내 주변을 쭈빗거렸다
손을 내밀자 한두걸음 뒤로 물러섰다
탐색하듯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자꾸만 흔들리고 있었다
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어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
집에도 유기견이 많아 더이상 아이들을 받아들일 여유도 없거니와
이제는 체력도 딸린다. 내코가 석자다
하지만 그 개의 눈빛이 마음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개를 버리고. 버려진 개들은 버림받은줄 모른채,
홀로 떠돌다 또 다른 개들을 만나 무리지어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