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일하며 4륜 바이크를 실컷 탔다. 하루 종일 4륜 바이크를 타며 돌아다녔다. 오프로드를 거칠게 질주했을 때의 쾌감은 늘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분비시켰다. 그리고 캥거루들과 오프로드 레이스를 할 때면 더욱 신이 났다.
아침마다 농장에는 짙은 안개가 가득했다. 눈부신 햇살이 아름다운 호주 하늘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는 장면은 늘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전에 안개 너머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항상 보였다. 캥거루들이었다. 정확히는 거대하고 징그러운 캥거루가 아닌, 귀여운 왈라비였다. 농장 주변에는 어느 호주 시골과 마찬가지로 왈라비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 왈라비들은 아침마다 우리 농장에서 식사를 했다. 그들은 사이좋게 당근을 파먹었다. 고작 몇 마리에 불과한 왈라비들이 차례차례 고개를 숙이며 땅속 작물을 먹는 보습을 보면 모습이 여간 귀여웠다. 한 마리가 주변을 경계하면 다른 왈라비들이 당근을 파 먹었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장면 같았다. 당근 서리범이 많지 않아 농장주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저 아침에 내쫓기만 하면 됐다.
나는 바이크를 이용해 캥거루들을 쫓아냈다. 캥거루 가족에게 접근하면, 그들은 소리를 듣고 이미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도 충분했지만, 나는 캥거루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늘 뒤를 바짝 따라갔다. 그리고 4륜 바이크는 캥거루의 달리기를 따라잡기 충분했다. 도망가는 캥거루를 따라잡으면 어느새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캥거루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와 정면을 번갈아 보며 필사적으로 뛰었다. 나는 그 속도에 맞춰 오토바이를 몰았다. 어떨 때는 마치 만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물론, 그 캥거루는 무서웠을 테지만.) 한 번은 캥거루가 농장 울타리 쪽으로 도망쳤다. 캥거루 입장에서 막다른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캥거루는 울타리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호주에 있는 동안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캥거루를 자주 봤지만 그때만큼 엄청난 도약을 보진 못했다. 처음 목격한 캥거루의 힘찬 도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놀란 나는 멀어져 가는 캥거루를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