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첫 아침,
나는 알람 없이 일어났다.
창밖은 평소와 똑같이 밝았지만,
내 마음속 풍경은 좀 달랐다.
“이제 진짜 백수다.”
한없이 가벼웠고,
동시에 무겁기도 했다.
_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는 자유였지만,
스스로를 증명할 수단이 사라진 하루는 낯설었다.
어떤 직책도, 소속도 없이 살아본 게
언제였던가 싶었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지?”
_
하루 이틀은 괜찮았다.
책을 읽고,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새 출발을 상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렇게 시간을 써도 되는 걸까?”
“다들 일하는데 나만 멈춘 건 아닐까?”
나 자신에게 가해지는 시선이
어느새 가장 날카로워졌다.
_
그 시기, 가장 크게 배운 건
“일이 없어도 나는 존재한다”는 감각이었다.
나는 실적이 아니고,
직함이 아니고,
그저 나로도 괜찮은 존재였다.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_
그리고 공백기 후반,
나는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이직을 준비하며 여러 기업과 면접을 봤고,
운 좋게도 내 직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업계 1위 기업들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직은 회피가 아니라 준비였다.”
떠나는 것도 용기였고,
머무르지 않은 것도 전략이었다.
_
지금 나는 내가 선택한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직급보다 문화가 중요했고,
연봉보다 내가 나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소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준은
‘일 없는 나’로 보낸 시간 덕분에 생겼다.
_
회사에 있을 땐 몰랐다.
회사를 나왔을 때야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가 보였다.
[다음 화 예고]
8화. 경력 공백이라는 괴물
이력서에 공백이란 단어가 생기자,
내 자신조차 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진짜 ‘경력’을 쌓고 있었다.
#퇴사후공백기 #경력리셋 #업계1위합격 #브랜딩의시작 #자기회복 #일없는나 #커리어에세이 #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