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열었을 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경력 공백 3개월’이라는 숫자였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칸을 오래 들여다봤다.
그 숫자가 나를 설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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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직 시장은 잔인하다.
면접에서 단 한번이라도
“그 공백 동안 뭐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내 안의 방어 본능이 작동했다.
‘정말 별일 없었던 시간인데...
그걸 이렇게 설명해야 하나?’
경력 공백은
남들이 보기 전부터
내가 먼저 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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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공백으로만 남지 않도록,
나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를 새겼다.
1. 하루 일정을 ‘출근하듯’ 만들자
2. 포트폴리오 정리를 ‘일’로 대우하자
3. 공부도 기록하고, 루틴도 기록하자
4. 쉬고 있는 자신을 ‘일의 잠행기’로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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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공백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시간에,
나는 오히려 나를 더 진지하게 마주했다.
그 시간, 나는
•내가 어떤 환경에서 무너졌는지
•어떤 동료를 신뢰했는지
•어떤 역할을 할 때 가장 즐거웠는지
정확히 복기했다.
‘앞으로 무엇을 피할지’도 중요했지만,
‘무엇을 지향할지’를 더 자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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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퍼를 받은 회사들과 면접을 보면서
나는 더 이상 그 공백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나를 정리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건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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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이직 당시 가장 걱정했던
공백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인지 안다.
바로,
“일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를 받아들인 것.
일이 없던 그 시기 덕분에
나는 지금 더 단단한 자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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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공백은 커리어의 구멍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U턴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잠시 멈춘 사람이 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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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포지션보다 나를 중심에 두기
화려한 직함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자리’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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