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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아줌마? 꿈이 생기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by 승란

나는 '내가 현모양처 감'이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 19년 동안...

왜 그랬을까?

내가 20대이던 시절에는 사회적 분위가 그랬다.

결혼하면, 아이 키우고 살림하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여자는

'성공했구나', ' 좋겠다'하는 그런 분위기.

게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1990년대 워킹맘들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별 고민 없이 아이들은 엄마가 키워야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수긍하며 대기업을 퇴사했다.

그때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아주 큰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전업주부는 보이는 것만큼 쉬운 직종이 아니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육아에 소질이 없었다.

그걸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은 19년...

살면서 잘못 알고 행동하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까?

보이는 게 다라고 믿고 다른 이를 부러워한 적은 수도 없으며

내 말이 맞다고 우기다가 아닌 경험도 있었고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으로 더듬어낸 추억이 내 맘대로 포장이 되어 있는 경험도 있다.


멍청한 '도둑'

예전에 우리 엄마는 큰 식당을 했다. 그때는 카드보다 현금을 많이 받았던 시기여서

문을 닫고 돌아오는 엄마는 현금을 도둑맞을까 봐 가게에 두고 올 수 없어서

그날 장사해서 어렵게 번 돈을 똘똘 싸매서 애지중지 집으로 들고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가게문을 닫고 나오는데

오토바이를 탄 두 남자가 엄마를 세게 밀치면서 몸에 지니고 있던 봉지를 채갔다.

순식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 도둑놈들은 잡을 길이 없었고,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않은 엄마는 쌍욕을 하면서 집에 들어오셨다.

그런데...

그날 멍청한 그들이 훔쳐간 건 우리 집 개 '깜순이'의 개밥이었다.

우리 엄마는 집에 올 때 항상 손에는 깜순이의 밥을 잊지 않고 챙기고, 돈은 허리춤에 묶어서 온다.

그들이... 배가 고팠던 것은 아니었을 거고

다른 사람의 것을 내 것으로 욕심을 낸 그들은 개밥을 그렇게 좋다고 가져갔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 이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도 남의 집 개밥을 포장만 보고 돈보따리라도 되는 양 부러워하거나 시기한 적은 없었을까? 생각해 본다.

남들은 다 잘 사는데 나만 돈이 없고, 내 새끼들만 말을 안 듣고, 왜 나만 일이 꼬이고 되는 일이 없냐고

나의 갱년기 우울증은 이렇게 '화병'으로 아주 오랜 기간 내게 머물렀다.

그동안 나는 어디를 보고 있었을까?

바로 밖이다.

나 자신은 돌보지 않은 채, 나를 점점 하찮게 만들면서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좋아 보이는 밖을 항상 보고 있었다.


나는 늘 초라한 내가 싫었는데, 맙소사 내가 부러우세요?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경력단절을 딛고 어렵게 다시 커리어우먼이 된 나의 스토리를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그러면서 나도 계속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아니라 나를 키우는 시간

육아가, 살림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나에게 50이 넘어 화병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가족의 케어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나 자신을 찾는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내가 해봤자 뭘 하겠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나 역시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기에

자존감은 너무 낮았고

지난 시간을 담은 눈물을 댓병을 손에 쥐고

반드시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고

50의 나이에 도전해 교육 콘텐츠 강사가 되기까지의

그 여정이 다른 주부들에게 공감이 되었나보다

이제 나 조금 잘난 척해도 되는 거 아닐까?


나는 잘났다.

나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돈 아까워 아이들에게만 후했던 지갑은

처음으로 나의 피부 검버섯을 빼기 위해 나왔고 내 정장을 사기 위해 꺼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꿈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다.

지금껏 어쩌면 사회가 바라는 나로 살아왔을 중년들에게

우리도 하고 싶은 게 있지 않냐고

함께 버킷리스트 도장 깨기를 해보자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 진작부터 나 좀 잘났다고 착각했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는 잘났다.
두고 봐라 내가 하나? 못하나?


이렇게 오늘도 나는 나에게 큰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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