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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멀미
대상포진 휴우증?
by
승란
Aug 27. 2022
커피 중독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침, 점심 하루 두 잔은 마시는 커피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카페인의 힘으로 잠을 깨워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쌉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인가부터 카페를 가면 디카페인만 찾으니 남들은 내 속도 모르고
'디카페인 먹을 거면 왜 커피를 마셔요?'라고 한다.
게다가 디카페인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있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커피 맛집에는 없다.
특히 지방을 자주 다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의 그 어느 곳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는 찾아 먹기도 참 힘들다.
대상포진에 걸렸다.
일 욕심에 체력이 바닥나도록 열정을 쏟아낸 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다가
두개골을 바늘 백개가 찌르는 따끔함에 아프다기보다는 놀래서 악! 하며 펄쩍 뛰었다.
뭐지?
이게 뭐였지?
다행히도 따끔한 통증은 금세 줄어들었지만 뭔가 불길한 기운이 영 찜찜했다.
그 후 대여섯 시간쯤 지나고 밤이 되어 자려고 누웠는데
또 바늘 백개가 내 두개골을 빡! 찌른다.
말도 안 나오게 아파서 아아.... 하는데
이번에도 금세
통
증이 사라졌다.
편두통인가 보다 싶어 두통약 두 알 먹고 그날은 그렇게 잤다.
다음날,
이건 뭐 찜찜해서 병원을 갈래도 어딜 가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괜찮아졌으니 병원을 가도 '어제 아팠는데 지금은 안 아파요.'
하는 것도 우습고 해서 그러다 말겠거니 한 게 실수였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통증이 있었지만 금방 사라지니까 다행이다 싶었고
내 직업이 프리랜서 강사이다 보니 수업을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냥 일을 계속했다.
첫 통증이 시작된 후 3일 차,
갑자기 한 시간에 서너 번씩 머리를 찌르는 통증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것이 딱 바늘 백개가 찌른다는 표현이 그나마 제일 비슷할 것이다.
그것도 머리를...
너무 무서워서 아 나... 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서둘러 큰 병원의 신경과를 찾아갔는데
머리 CT를 찍고 검진을 한 의사는 내게 별 이상 소견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통제만 처방을 해준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간헐적 통증은 계속 있었다.
의사가 괜찮다는데 내가 예민한가 보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불안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오른쪽 머리가 따끔거려서 수차례 놀라서 깨기를 반복
하니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4일 차,
인터넷으로 내 증상을 검색을 했다.
'머리가 따가워요.'
'바늘이 찌르는 것 같아요.'
이런... 몇 마디 치자마자 나오는 것이 뭐?
대상포진
?
바늘 통증 하면 바로 대상포진이 나오는데...
아 이걸 큰 병원 의사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고 했으니 저절로 욕이 나오려고 한다.
게다가 통 증후 72시간 이내에 빨리 항바이러스 주사를 맞아야 된다는데 맙소사...
그러고 보니 오른쪽 눈썹 위에 아주 작은 수포들이 있었는데 머리를 만져보니 두피에도 물집 같은 게 있다.
머리카락 속이라 보이지 않으니 미처 몰랐던 수포!
서둘러 집 앞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여기서 나는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눈썹 위쪽에 주사를 맞고 드디어 내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체력도 너덜거려서 링거도 맞고 하루 입원을 했다.
내 발병 부위는 오른쪽 머리부터 눈썹 위까지였다.
이렇게 호되게 아팠던 나는 그 이후 커피를 마시면 멀미를 한다.
커피 한잔으로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으며 머리가 아프고 잠을 못 잔다.
하다못해 커피 우유를 마셔도 그렇다.
망했다...
아침, 점심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부럽고
그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참자니 죽을 맛이다.
디카페인 커피가 있는 곳은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이디야 백 다방 감성 커피...
그런데 맛이 다르다. 카페인 그게 뭐라고 뺏더니 커피 향도 다르고 맛도 없다
그나마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드립으로 내려주는 몇몇 곳을 찾았지만
내 동선이랑 너무 멀어서 가끔밖에 못 간다.
커피도 건강할 때 즐길 수 있는 거였구나!
거 좀 열심히 일했다고 과로라니
그간 몸을 챙기지 않았던 게 후회가 된다.
내과에 붙어 있는 대상포진 예방접종 문구를
병원 상술이고 제약회사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진작에 맞았으면 좋았을걸 싶은 마음에
지인들한테는 적극 추천을 한다.
상술이고 뭐고 안 아프고 볼일이라면서...
커피 향이 흠뻑 나는 카페에서
나는
혼자
디카페인
아아를 먹는다.
디카페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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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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