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좋고 바람도 살살 부는
딱 집 나가기 좋은 날이다.
애들도 다 컸고 지들 밥이야 알아서 먹겠지
내 나이 50인데 누구 눈치 볼 짬밥은 아니지 않은가?
20여 년간 해온 나의 가족 케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남편과 아이들
하루 종일 바쁜대도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고
그렇게 쇼핑을 해도 나를 위해서는 돈은 꺼내지 않았던
그림자 같은 인생이었다.
갱년기라 그랬을까?
보람은 고사하고 극한 피로감을 느낀 나는
어느 날 울컥한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 집안일을 다 때려치우고
'나 가출한다. 나를 찾지 마라!'라는 문자를 남편에게 남긴 채 집을 나갔다.
이렇게 시작한 나의 가출 프로젝트는 전주, 제주, 강화도를 이어가며 내 맘대로 진행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첫 번째, 어지간한 산전수전 다 겪어서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다.
두 번째,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뜻대로 안돼도 당황하지 않는다.
세 번째,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들에도 들이댈 수 있는 객기
네 번째, 아무 하고나 수다를 떨 수 있다.
다섯 번째, 귀신이고 뭐가 무서운 게 별로 없다.
첫 시도로 나에게 쉼표를 메기자 하고 출발한 곳은 전주였다.
하룻밤만 나갈 요량이었기에 짐도 배낭 하나면 족했다.
그저 핸드폰에 갈아입을 옷만 말고는 딱히 쌀 것도 없다 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없는데 충전기를 안챙겼네!
게다가 눈 부신데 선글라스도 안 가져오고
이 호텔은 일회용품 최소화로 칫솔 등이 없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어쨌거나 일회용품은 줄이는 게 좋으니 쓰던걸 가지고 다니는 게 좋기도 하고
다니다 보니 가져올 걸 하는 후회가 생기는 물건이 있기에
1박 이상이라면 꼭 필요한 백팩 리스트를 만들었다.
1. 씻을 것 : 칫솔, 치약, 크린싱 폼, 샴푸, 린스, 샤워타월 (비누는 웬만하면 다 있다.)
2. 입을 것 : 속옷, 겉옷, 잠옷 (바닷가라면 슬리퍼)
3. 꾸밀 것 : 화장품, 선글라스, 모자
4. 필수품 : 현금, 휴대폰 충전기, 마스크 여분, 손수건, 비닐봉지(빨래용), 상비약, 메모지와 펜
이 뻔한 물건들이 리스트가 없으면 자꾸 몇 개는 깜박한다.
그리고 나의 혼행 필수 애플리케이션 이것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어디갈지 잘 모르겠을땐
'대한민국 구석구석'앱을 참고하고
방향을 잡고 집을 나가면 된다.
1. 길 찾기 & 대중교통 : 지도 앱, 코레일 앱, 택시 앱
2. 잠잘 곳 : 숙박 앱
3. 놀 곳 찾기 :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
날씨도 좋고 바람도 살살 부는 딱 집 나가기 좋은 날이다.
이제 준비가 끝났느니 밖으로 출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