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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Oct 31. 2023

우리반 귀여운 질투쟁이, 새우2

 새우의 말을 들은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새우의 가정사를 알고 있는 나로써는 이것이 정말 아동학대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교사는 아동학대 의무 신고자이다. 나는 새우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혹시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 그런 일이 있을 때 뚜렷한 원인이 있었는지, 그런 일은 보통 얼마나 잦은 빈도로 일어나는지. 새우는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숙제를 잘 안하고 게으르다고 맞았는데 100대 정도 맞았다고. 보통 자신이 집에서 말을 잘 듣지 않거나, 화장실을 쓰고 타일 물기를 잘 제거하지 않을 때, 일어나서 이불을 잘 정리하지 않았을 때 아빠는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몽둥이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새우는 장난꾸러기 이고 6학년, 중학생이 되면 걸출한 인물이 될 것 같지만 현재는 작고 착하고 귀여운 11살 아이일 뿐이었다. 새우가 자신이 혼나는 이유로 지목한 것들 역시 하나같이 어린 아이가 꼼꼼하게 챙기기 어려운 것들이라 그런 일들로 혼나야 한다는 것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아이의 말이 확실한 증거가 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지만 우리나라는 파격적인 아동학대가 아닌 이상 인정이 되지 않는다.) 이를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간 크게 혼나는 것은 부모가 아닌 이를 신고한 담임교사이다. 그 후로 새우는 내게 아빠에게 혼났다는 일을 몇 번 더 말했고 나는 상담 선생님과의 상의 후 새우에게 아빠가 너를 심하게 몽둥이로 때리거나 너 스스로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은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해달라고 했다. 너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선생님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러니 내게 꼭 말해달라고 새우에게 다짐을 받았다.


 새우는 사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었지만 가정 내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을까 하면 그건 아니었다. 새우는 엄마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했지만 일로 바쁜 엄마는 집에 오면 쓰러져 잔다고 했다. 아빠는 퇴근하고 오시면 새우를 방안에 들여보내 공부와 숙제만 시킨다고 했다. 학교에서 새우의 학습에 대한 열정을 알고 있는 나로써는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게 정말 가능하다면 새우가 얼마나 많은 압박감을 받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새우는 잘 웃고 다정하게 말을 붙이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웃었다. 사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나는 새우가 사랑을 많이 받고 컸구나~ 하며 지나쳤을 것이다.


 내가 포착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았다.

1. 새우는 성인 여자를 좋아했다. 이는 성적인 어떤 늬앙스가 아니다. 성인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이런 것이 어려울 때에는 새우는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는데 학교 조리사님들의 파업으로 급식이 어려워 간단식으로 대체되었을 때 나는 그 분노를 생생하게 봤다. 학교에서는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준다고 하였는데 이게 부족한 친구들은 도시락을 지참해서 오라고 했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군은 대체로 부모님들이 학생에게 관심이 많은 곳인데(관심과 더불어 민원도 많은 곳이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예쁘게도 이것저것 싸서 들려 보내셨다. 우리반에서 급식을 싸오지 않은 친구는 라산이와 새우 뿐이었다. 어른인 내 입장에서도 엄마에게 섭섭해할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새우는 간편식으로 나온 빵을 우적우적 씹으며 소리쳤다.


“애미라는 년이 도시락 싸달라니까 바쁘다고 안 싸주고 이딴거나 처먹으라고!”


 워딩이 조금 심한가? 나도 심하다고 생각한다. 충격을 받았는가? 나도 듣고 충격 받았다. 새우를 항상 생글생글 잘 웃는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새우를 불러 타일렀다. 많이 속상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강하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도 새우를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속상하다고 기분을 말하는게 어떻겠냐고. 그 말을 듣는 새우의 눈은 조금 슬퍼보였다. 그리고 그후 새우가 저런 식으로 강한 욕설을 뱉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참고로 라산이는 이때 왜 도시락 안 싸줬냐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돌아오면 감자튀김 해주겠다는 어머니의 회유에 겨우 화를 죽였다. 아들 키우기 어려운 세상이다.


 2. 새우는 사실 아빠도 좋아하는 것 같다. 요근래 새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새우의 우울을 여러 가지 들어주었던 나에게는 반가운 현상이었기에 새우에게 말을 붙였다. 얼굴이 밝네~ 요즘 기분 좋은가보다. 새우는 이번에 본 수학시험에 50점을 맞아 아빠가 잘했다고 자신을 안아주었다고 했다. 새우는 원래 수학 시험을 보면 20점정도 맞는다. 초등학교 과목은 사실 수업시간에 내 말만 잘 들어도 어느정도 점수가 나올텐데 새우는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기 보다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하기 때문에 항상 점수가 낮았다. 새우의 밝아진 표정이 다행이었고 아빠의 포옹 한번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 조금 슬펐다. 새우가 앞으로도 기분 좋기만을 바랄 뿐이다.


3. 요즘 새우의 주 관심사는 친구 사귀기 인 것 같다. 새우는 시끄럽고 정리정돈에 아주 취약하지만 섬세한 마음을 가진 다정한 아이다. 그래선지 친구관계에 예민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씩씩한 준이 무리에서 튕겨져 나온 새우는 재밌지만 남다른 성격으로 친구가 없는 라산이와 친하게 지냈다가 그 특유의 성격에 다시 맞지 않음을 느끼고 혼자가 되었다. 현재는 우리반의 또 다른 루키와 친해졌는데 새우가 자신에게 맞는 친구를 알아보고 친구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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