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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과일의 달콤함

기록의 중요성

by 프레디

작년 다이어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연인과 신나게 먹다 보니 몸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몸무게가 조금 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거만했다.

임용고시가 끝나고 2달 동안 20kg을 감량해 본 경험은 나를 자만하게 만들었다.


5kg? 쉽지~ 금방 뺄 수 있어!


오만한 나의 생각을 꼬집어주기 위함일까. 살은 5kg을 넘어 10kg, 20kg 가깝게 늘어났다.

사춘기 6학년을 지도하는 나의 스트레스와 회사에서 교대근무로 일하는 연인의 스트레스가 만나

우리는 매일 저녁 야식과 디저트를 배달했다. 이 동네 자영업자들은 우리가 다 먹여 살리고 있었다.


타지에서 일하는 막둥이에게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는 우리 엄마가,

프레디야, 엄마 눈에는 항상 네가 예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보지는 않을 거야.

라는 말을 한 순간 다시 한번 다이어트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우리나라 20, 30대 여성들이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식이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그게 참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신경 쓰느라 내 인생의 전반을 날릴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키즘 때문이 아니라 건강 때문에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 속 배달 어플을 지웠다.

다이어트의 시작은 항상 배달음식을 끊는 것이다.


어린아이들 앞에 선다는 건 사실 외모에 신경을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는 말과 같다.

아이들은 어리므로 순수하고, 아직 사회에 익숙하지 않아 지나치게 솔직한 경향이 있었다.

우리 반 금쪽이가 내게 선생님 백종원 닮았어요 라는 말을 할 때 다이어트를 시작했으면 상태가 이렇게 까지 악화되진 않았을까?

지나간 과거에 자책은 필요 없었다.


다이어트에는 2가지 밖에 없다. 90%는 식이,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이고 10%는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문제이다.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많은 양을 쓴다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질 수밖에 없다. 다만 운동으로 쓰는 칼로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입으로 들어가는 칼로리의 크기를 줄이는 게 다이어트에 있어선 가장 중요하다.


때마침 연수를 통해 notion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노션의 뛰어난 연동성과 편의성에 나는 감탄했다.

이런 기술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어 조금 더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다.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매일의 체중과 하루동안 먹은 식사, 운동량을 노션을 통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루의 식사와 운동을 기록하는 일은 내게 꽤 중요한 일이 되었다.


꾸준함은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 나는 3달간 10kg 정도를 감량할 수 있었다.

아직 10kg은 더 빼야 하지만, 시간과 의지가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올해, 체육부장을 맡으며 돈 받아올 수 있는 건 다 받아오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사업을 2가지 신청했다.

하나는 지자체에서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지원해 주는 사업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체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사업을 2개 따온 덕분에 아이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체육 수업을 2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 중 이틀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이틀은 달리기와 투포환을 연습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괜히 뿌듯해진다.


아이들이 어떻게 체력을 향상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작년에 내가 했던 노션 기록이 생각났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아이들로 하여금 하루의 식사와 운동을 기록하게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학교 예산으로 노션 요금제를 결제하고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한 아이들의 페이지를 모두 만들어주었다.


시스템은 하루에 건강한 음식(채소)을 한 입이라도 먹고 30분 이상의 운동을 하면 1 코인을 얻는 것이다.

아이들은 건강장터에서 과일과 코인을 바꾸어 갈 수 있다.

기록을 열심히 해 간 것으로 집에 과일을 들고 가 가족들과 기쁘게 나눠 먹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이 될 것 같았다.

과일집 사장님께 부탁을 드려 다양한 과일을 준비했다. 수박은 너무 비싸니 4개로 쪼갰다. 가장 비싼 수박은 하나에 10 코인!

한 개에 3500원씩 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망고는 7 코인으로 책정했다. 아이들 일회용품 쓰지 못하게 하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장바구니 꼭! 가져오라고 여러 번 당부하니 아이들 손목에 하나씩 장바구니가 걸려있다.


똘똘한 아이들은 코인을 30개씩 쌓아 수박, 망고를 쓸어갔고 꾸준히 무엇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1 코인으로 바나나를 하나씩 받아갔다.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니 아이들의 참여가 저조해 과일이 절반이 남았는데 코인이 없어 구경만 하고 사가질 못했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아이들에게는 남은 과일을 하나씩 쥐어주었다. 과일의 달콤함을 맛본 녀석들이 꾸준한 기록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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