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에 담긴 아이의 최선

어둠의 뿌리

by 해그해그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으면,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히곤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된 이 공포는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한 후에도 나를 따라다녔다. 한동안은 방 안의 모든 불을 켜두어야만 겨우 잠들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 적응이 된 후에도 가끔 TV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밤을 지새우곤 했다.


이제는 제법 어둠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예고 없이 찾아오는 좁은 공간의 어둠은 나의 숨통을 조여 온다.

얼마 전, 화장실에 있을 때 아이가 장난으로 불을 끈 순간이었다. 찰나의 암흑 속에서 나는 숨이 턱 막히며 극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다행히 이제는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마비된 듯 떨기만 하던 작은 아이였다. 좁은 공간에 숨는 숨바꼭질조차 내게는 즐거움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었다.


내가 왜 이토록 어둠과 폐쇄된 공간을 두려워하는지, 그 실마리는 어느 날 엄마와의 대화에서 풀렸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어두운 게 무서울까?"


내 물음에 엄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살 무렵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당시 젊었던 부모님은 생계를 위해 2교대 근무를 하셔야 했다. 엄마가 낮에 일하러 나가시면 아빠가 밤새 일을 하고 돌아와 나를 돌보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한 엄마가 방문을 열었을 때 목격한 장면은 평생의 마음 빚이 되었다고 했다. 아빠는 밤샘 근무의 피로를 이기지 못해 깊이 잠들어 있었고, 방 문고리는 어린 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안에서 걸어 잠긴 상태였다. 불도 켜지지 않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두 살배기 나는 혼자 놀고 있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그 옆에 놓인 작은 밥상 위 밥그릇이었다. 그 작은 그릇 안에는 내가 눈 조그마한 변이 담겨 있었다. 나갈 수도 없고, 누구를 부를 수도 없었던 그 어둠 속에서,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 그릇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믿었던 것이다.


대견하다는 듯 말씀하셨지만, 그 목소리엔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그 어린 게 어둠 속에서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 기억이 몸에 새겨져서 지금까지 너를 괴롭히는가 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 공포의 정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나갈 곳 없는 고립감, 기댈 곳 없는 외로움, 그리고 생존을 위해 홀로 감내해야 했던 막막함이 응축된 기억의 잔상이었다.


이제야 나는 어둠 속에서 떨고 있던 그 작은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그 좁고 캄캄한 방에서 밥그릇을 앞에 두고 혼자 애썼을 너는 정말 기특하고 강한 아이였다고. 이제는 불을 꺼도 괜찮다고, 내가 너를 지키고 있다고 말이다.





이제 내가 너를 찾아가 곁에 앉는다

그토록 오래 혼자 애썼던

너의 등 뒤로 따스한

내 손길이 닿을 때 비로소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