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 갖는 매력
두 번째 글의 주제는 무인양품이다. 어쩌다보니 무인양품의 매력에 빠져서 내 책상 위에는 항상 무인양품 노트, 필통, 볼펜이 널브러져 있다. 국내 입점한 무인양품 매점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온라인 스토어보단 매달 시간을 내서 무인양품 매장에 찾아가 필요한 필기구를 구매한다.
무인양품은 1980년도에 설립되었다. 의외로 유구한 역사를 가진 브랜드는 아니었음에 약간 놀랐다. 워낙 정갈한 이미지를 풍겨서 오랫동안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이래서 좋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무조건 좋고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내건 이 슬로건을 좋아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히는 브랜드가 좀 더 정직하다는 인상을 받고, 불필요한 것들은 없다는 것이 맘에 쏙 들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은 패키지, 포장, 제품 구성 등을 보았을 때 딱 있을 것만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 장식이 없고 무채색을 띄며, 제품의 정보를 적어 놓은 라벨만이 붙어 있을 뿐이다. 無印(무인)이라곤 했지만 어느 새 라벨이 무인양품 제품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그들의 제품 속에서는 미사여구 대신 본질 자체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여기서부터는 하라 켄야의 저서 디자인의 디자인 중에서 발췌한 내용을 정리해보려 한다.
1. '이유가 있어 싸다'라는 첫 캐치프라이즈에 맞게 내용을 중요시하는 상품 개발과 간결한 포장 형태, 그리고 표백하지 않은 종이 소재를 사용했다. 현재는 가장 싸다가 아닌 가장 합리적이다라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2. 종이의 원료인 펄프의 표백 과정을 생략하면 종이는 연한 베이지색이 된다. 무인양품은 그것을 포장 소재나 라벨 등에 활용했다. 이제 무인양품 하면 떠오르는 연한 베이지 색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3. 무인양품의 목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이지만 ~으로의 수준을 가급적 높이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다보니 호텔, 카페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무인양품에 대해서 할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다. 무인양품의 대표적 광고로 유명한 수평선 사진과 무인양품을 다룬 책, 무인양품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와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의 저서들을 참고하면 무인양품에 어떤 철학들이 스며들었고 그것이 제품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무인양품 점포는 30개로 아주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