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빠지고 침잠되는 밤이다. 허전하고 걱정되고 벌써 그립고 그렇다. 내일 새벽에 둘째 아들이 다시 일본 도쿄로 떠난다. 도쿄 소재 대학교 3학년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는 하는데 또 보내려니 착잡하다. 인천공항에서 아침 8시 50분 출발 항공편이란다. 집 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6시 버스를 타야 한다며 일찍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비행기에서 자면 되니 아빠랑 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첫째와 달리 둘째는 좀 자기만 안다. 고깃집에 가서도 마지막 한 점은 둘째 차지다. 미안함 같은 거 전혀없고 눈치 보지 않고 집는다. 물론 그러한 점이 애교라고 할 수 있겠다. 아들만 둘 있는 집의 삭막함을 덜어주긴 한다.
항공편을 점심때 같은 편안한 시간대로 예약했으면 좋으련만. 방학 때는 한 2주 있다 가는데 이번에는 짧게 5일 일정으로 왔었다. 갑자기 한국에 오고 싶었다고. 급하게 결정하고 오다 보니 좋은 시간대 항공권이 없었나 보다. 국적기는 비싸서 저가항공사로. 국적기로 오지 그랬냐고 말하지 못했다.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아들이 고1 때쯤인가 갑자기 일본 대학을 가겠다고 했다. 이게 뭔 소린가 했다. 자기는 일본어가 재밌고 유학을 가고 싶단다. 내 주변에 미국, 캐나다 유학은 있어도 일본은 처음 들었다. 삼성그룹 이병철, 이건희 회장이 와세다 출신인 건 들어봤지만. 여하튼 일반적인 수능 학원들은 안 가고 양재동에 있는 일본 유학학원을 다녔다. 친구들은 다들 수능학원을 다니는데 자기만 따로 유학학원을 다니다 보니 불안하기도 했을 거다. 토플과 EJU 합산 점수로 지원 대학을 결정하게 된다. 고3 졸업하며 도쿄에 있는 호세이대학교에 입학, 1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온 후 반수를 하여 처음부터 가고 싶어했던 대학교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가서 올해 3학년이다.
대학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일본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최근에는 취업 준비를 한다며 바쁘게 지내고 있나 보다. 계속되는 아들의 도전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다. 잘 해낼 거라는 믿음과, 곁에 없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가끔 가서 들여다보고 싶으나, 나도 이직한 지 얼마 안돼서 여의치 않고. 하지만 올 12월에는 가보려 한다. 학교 동아리에서 아들이 지휘자인데 정기연주회를 한다고 한다. 꼭 가고 싶다.
최근 나의 브런치스토리 작가 활동이 아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녀석 반응은 별로였다. 아직 구독도 안 하고 있다. 출판작가 정도는 되어야 하나. 시크한 아들에게 칭찬받는 글을 쓰고 싶다. 둘째를 독자의 기준으로 삼아 정진해야겠다. 둘째 같은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렇게 출간하고 싶다. 조용히 아빠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왠지 네 방 문을 자꾸 열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