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서울에서의 직장 생활(3)
투자자문사 회장은 정확하게 얘기하면 금융권 사람이라기보단 주식 유튜버이다.
유튜버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채널 구독자를 10만명 넘게 늘렸으니 나름 인기있는 주식 유튜버인 셈이다.
살면서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접한 것은 회장이 처음이다. 이 사람의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1년 주식 자문수수료 천만원을 내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름 주식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내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천만원이나 내는지 이해가 안 됐다. 정신나간 사람들이거나 돈이 남아도는 사람이거나..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해서 한 번 수익을 내면 그 짜릿한 맛을 잊기가 힘들다. 주식을 해 본 사람은 다들 알 것이다.회장은 이전에 에코프로라는 종목을 통해 대박을 냈고 그 때 수익의 맛을 본 시청자들이 거의 광신도처럼 회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수억원을 번 사람이 천 만원 정도 지불하는거야 어렵지 않으니.
에코프로의 대박 기억을 생각하고 몰려든 사람들은 그 이후로 참담한 손실의 칼날을 맛보기 시작했다. 전기차의 호황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회장은 계속해서 2차전지 관련주만을 부르짖었고 광신도들은 미친 듯이 시키는대로 매수했다. 결과는 예측하시는대로 대폭락.
주식이 폭락하는 와중에 회장의 가장 큰 장점을 알아냈다. 엄청나게 뻔뻔하다는 거다. 본인이 추천해서 손실이 크게 발생했음에도 전혀 미안함이나 부끄러움 없이 큰소리 쳤고 무조건 들고가면 나중에 오른다는 말을 아주 자신있게 반복했다.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려면 저렇게 뻔뻔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증권사 다니던 시절 고객 계좌에 손실이 발생하면 미안해서 전화하기도 힘들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고 얼굴을 마주치면 눈을 피하기 바빴는데 회장의 뻔뻔함과 자신만만함은 과연 군계일학이었다. 저 정도 되니 광신도들이 교주를 모시듯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아닐까 싶다.
회장은 뻔뻔함과 함께 피해의식도 상당했다. 이전에 정치인과 작전 세력들이 합작해서 본인에게 엄청난 공격을 했고 그래서 몇 년간 숨어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작전 세력들이 본인을 매장시키기 위해서 언론플레이 한다는 말을 자주했고 어쩌다 언론에 기사가 나게 되면 초비상이 걸려서 유튜브에 대고 특정 정치인과 실재하지 않는 세력들을 싸잡아 비난해다.
나보다 먼저 짤린 상무를 작전 세력의 끄나풀이라거나 프락치라고 수도 없이 표현했으니 피해의식을 넘어 거의 정신병 수준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지금도 아마 나와 상무를 작전 세력이 보낸 프락치라고 떠들고 있을 것이다.
(이 예상은 차후에 영상을 보니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어쨌든 정신병에 가까운 피해의식과 군계일학의 뻔뻔함이라는 쌍포를 차고 백억에 가까운 재산을 모은 투자자문사 회장과는 한 달 반이라는 짧은 기간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