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나

by 구육오

여행을 가서 본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 순간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그곳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야 들었다.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석양이 또 보고 싶었고, 아쉬움이 남았다. 잡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을 잡고 싶어 하는 나를 보면서, 그리고 석양이 지는 순간 속에서 기분이 좋다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를 보면서 나는 이렇게나 쉽게 기분이 변하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쉽게 기분이 변하는 사람은 그것이 비록 진심일지라도 그 진심이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쉬운 진심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약간 금사빠 같은 느낌?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질려 하는 사람은 비록 그의 감정이 진심일지라도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감정이라는 수면 위에 한껏 가볍게 떠있는 비닐봉지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많은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느끼려고 한다. 더 작은 단위의 시간에 감사하려고 하고, 더 많은 순간을 느끼고 싶다. 더 많은 순간을 느끼는 것은 더 많은 순간을 기억에 남게 한다. 내 감정에 충실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기억에 남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보내고 싶기 때문에 더 짧은 순간순간들에게 감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1시간에 한 번 감사함과 만족을 느끼는 것보다는 매분 매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더 많은 행복을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감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일까? 손바닥 뒤집듯 감사했다가 불만족했다가 하는 가벼운 사람이지는 않을까?


나는 많은 순간 속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그 '순간'이라는 것이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나는 이렇게나 '순간'이나 '상황' 같은 것에 너무나 쉽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은 아닐까? 시간과 공간이 없는 곳에 내가 존재할 수 없음을 알지만, 시간이나 공간을 내가 다 이해하기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나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도 없고, 심지어 어렴풋하게나마 설명하기에도 내 설명이 너무나 부족할 것임을 알기에 그것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순간과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감사함과 행복, 슬픔, 아쉬움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의 전부일까?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그것에서 벗어난 것에는 감사함을 느낄 수 없을까? 그것은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닌가? 기억을 떠올리거나, 상상을 하는 것도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려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동시에 그 상황들이 없다면 내 삶이 감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휘둘리는 것과 감사하는 것 모두 주변 상황이나 순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완성된 사람'은 자신만의 길을 잘 가는 사람이다. 각자에게는 그 사람만의 길이 있다. 각자가 원하는 완성된 모습은 서로 다를 것이다. 나는 나만의 완성이 무엇인지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어디인지 모를 그곳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싶은 욕심은 있다. '완성된 사람'까지는 몰라도 '완성에 근접한 사람' 혹은 '완성에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의 길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고 싶은 길에는 더 많은 시간들에 감사해하는 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길"이 내가 생각한 완성된 사람이 가는 길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더 많이 감사함을 느끼고 싶다. 그 감사함은 순간과 상황,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생겨날 수 없다. 감사함을 느끼려면 어떤 순간과 상황에 처해져야 하고, 그 속에서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주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무사히 출근을 하는 것,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는 일, 내가 맡은 일을 잘 끝내는 것, 하루를 잘 살고 집에 돌아오는 것, 집에 있는 가족들을 보는 것, 친구들과 놀기, 건강히 하루를 보내기. 이런 것들은 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나의 하루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믿을 수 없이 감사한 일들이다. 내 힘으로 전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이렇게나 잘 굴러가준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는 나의 능력만으로는 절대 내 하루를 온전히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해를 뜨게 할 수도, 시계가 없이 시간을 알 수도, 내 차가 이상 없이 잘 굴러가게 하거나, 나에게 사고가 절대 나지 않게도 할 수 없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조차도 내 능력이 아니다. 밤사이에 아무런 사고 없이 죽지 않고 아침에 눈을 뜨는 일마저도 내 고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나의 능력은 아무것도 없다. 내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결국 나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 무능하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나는 그 순간에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나의 무능은 나에게 감사함을 준다. 내가 더 모자란 사람임을 인정하고, 나의 무능을 인정할수록 나는 더 감사한 삶을 산다. 내가 생각하는 완성된 사람은 더 많은 시간들에 감사해 하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완성된 삶을 살기 위해 더 무능하고, 모자란 나의 모습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 감사하기 위해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니, 감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너무나 불완전한 사람임을 회피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감사함을 느끼는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하고, 안 하고 만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까? 내가 감사하지 않더라도 나의 불완전성이 변하지는 않는다. 나는 감정이라는 수면 위에 떠있는 비닐봉지도 아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세상이라는 순간과 상황 속에 빠진 아무것도 아닌 불완전 덩어리이다. 나는 전혀 부정할 수 없는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을 텐데, 우연히 그것이 나에게 감사함을 준다는 사실마저도 나에게 또 한 번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불완전한 내가 감사함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나는 미완의 인간이다.


나의 완성된 길은 완성에서 멀어짐으로써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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