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이 행복인 건 정말 옳은 걸까?
생각해 보면 행복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진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하루에 몇 분 정도? 없는 날도 수두룩하고.
편안함이 주는 따스함이나 짧은 행운이 주는 반짝임도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자려고 누웠을 때 '오늘 참 좋았다' 하면서 떠오른 생각에 피식 웃거나 '나 지금 행복하구나' 느끼는 날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많은 것 같다.
목적이나 목표에 도달하는 건 힘듦이 동반될 수 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니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행복만큼은 목적이 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하는 순간 도달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행복을 꼭 그렇게 멀리 둬야 하나? 행복은 그냥 옆에 두고 싶다. 뭘 하든 그 과정에 행복이 있다면 끝까지 갈 힘을 얻기 수월하다. 골인 지점이 행복이라는 건 뭐랄까, 행복하면 그다음은? 만약 내가 오늘 행복했다고 한다면, 그다음은? 또 다른 행복을 찾아서 그것을 얻을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걸까? 행복은 오늘 당장에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럼 난 삶의 목적을 이룬 거니까 그다음 목표를 세워야 하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있었다 없었다 하기도 하고, 불행 속에서 피어나기도, 한순간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차라리 하루에 몇 분 이상 행복하기가 목표라면 이해가 가지만, 그 몇 분의 행복과 내 삶의 목표로서의 행복이 동일시된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행복은 그냥 따라오는 것 아닐까? 나는 꽃을 볼 때 행복함을 느끼곤 하지만 매번 매 순간 그런 것은 아니다. 설령 매번 그렇다고 한다 해도 내 삶의 목표가 행복인 이상 매일 꽃만 보고 살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행복은 삶의 곳곳에 숨어 있지만 항상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변하는 것도 아니다. 좋았다가 싫어지기도, 그 반대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이 있을 텐데, 그 행복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그 행복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저 행복이라는 포장지로 감싸 내용물은 모르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뭉뚱그려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닐까?
행복이 목표인 삶과 행복이 목표인 하루를 산다면 하루를 되돌아보며 행복하지 않았던 자신의 하루를 실패한 하루로 느끼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되기도 한다. 오늘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내 하루가 실패한 것도, 내 인생이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런 날은 이미 너무 많고, 많았고, 많을 것이다.
'나는 행복하려고 사는데, 오늘은 행복하지 못했으니 오늘 난 실패했다, 그래서 불행하다.'라는 생각은 참 오류가 있어 보인다. 본인의 목표인 그 행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목적이라면 앞선 그 생각 자체만으로 자신의 목표인 행복에서 이미 멀어지게 되어 자신을 목표로부터 퇴행시킨다. 만약 자신이 목표로 잡은 행복이 삶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행복이라면 '오늘의 행복하지 못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목표에 가기 위한 힘을 얻는 요소에 작은 행복을 포함시키는 것이 유리함은 당연하다. 또 큰 행복을 하루 만에 얻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할뿐더러 오늘 하루는 그 행복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전혀 실패하지 않았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실패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만약 본인이 본인의 목표인 커다란 행복에 조금이라도 다가갔다면, 아니 그 목표를 알고 있다면, 그 목표를 잃지 않았다면, 그 목표를 찾는 방법 중 하나를 찾았다면, 아니 목표 찾는 것을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그 자체로 행복을 위해 살아간 성공한 하루이다. 그 하루는 내가 찾는 그 행복을 얻지 못했더라도 그저 '불행하지 않은 평범한 하루'가 될 뿐이며, 많은 사람들은 그런 하루를 행복한 하루로 부르기도 한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당연히 쉽지 않다. 인생의 목표란 대부분 이루기 어려운 것이고, 그걸 찾는 건 더욱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것이니까. 설령 목표를, 목적을 찾았다고 한들 그곳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니 높은 확률로 쉽지 않은 것이 정상이다. 목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목표에 도달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행복은 어디든 함께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행복으로부터 힘을 얻어 더 큰 목표, 더 큰 행복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할 수 있다면 아직 무엇인지 모를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내 행복은 그 끝없는 고민의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나의 마지막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닌, 나의 골인 지점에서야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것이 아닌 내 삶의 일부로서의 행복이면 좋겠다.
오늘도 길가에 핀 꽃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랜덤으로 나온 플레이리스트가 마음에 드는 행운으로부터 힘을 얻어 포기하지 않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언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고 곁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는 행복이 우리가 넘어지는 그때에도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