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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QUEST, PORTUGAL

여행 준비

by Rainy spell

A. Why did I plan to go?


포르투갈,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축구 정도만 떠오른다면 당신은 평범한 사람, 인도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그래도 상식은 있는 사람, Port Wine(은 정말 너무 맛있는데)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주당, 엔히크 ‘The Navigator’ 왕자와 로마의 루시타니아 속주까지 안다면 역사 마니아, 정도 될 거다. 또 그네들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는 포르투갈을 가고자 한 건, 대학생 시절 했던 서-중부 유럽 배낭여행 때 못 가 본 나라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무식함의 표본으로 박물관에 전시해도 좋을 만큼 아는 게 없던 시절이라 각국의 수도와 정말 유명한 도시들만 돌아다니는 수준이었으니 아는 것이라곤 바스코 다 가마 밖에 없던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리스본(포르투갈어로는 Lisboa)을 가려고 했는데 당시 엑스포가 열리는 바람에 기차표가 모조리 매진된 사태라 눈물을 머금고 스킵했던 아쉬움을 꾹꾹 담고 있다가, 그래 이번에는 가야지! 하고 가게 되었다.


포르투갈은 이베리아 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길쭉하게 위치해 있는 나라다. 이베리아 반도에는 다른 서부-중부 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러 켈트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역사에 등장하는 건 해양 민족인 페니키아 인들이 세운 북아프리카에 있는 카르타고(현재의 튀니지 지역에 해당)의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의 남부를 점령하여 식민지화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때는 (정확히 겹치지는 않지만) 현재 스페인의 남부 영토가 카르타고의 세력권이었고 포르투갈 쪽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카르타고-로마의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 끝에 로마가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이베리아 반도 전체를 로마 제국의 속주로 편입하게 되고, 그에 따라 포르투갈도 드디어 역사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포르투갈이라는 국명 자체가 현재 포르투갈의 제2 도시인 Porto의 라틴어 명칭이었던 Portus Cale(라틴어로 Portus가 항구라는 뜻이며 영어의 Port는 라틴어에서 유래함)로부터 나왔다. 유럽 도시들의 이름이 고대 로마 제국이 세운 식민시에서 그 이름들이 유래한 게 한 두 건이 있는 게 아니니 정말 로마는 유럽 여러 곳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단한 국가다. 로마의 속주는 시대에 따라 여러 번 변화하는데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여 이베리아 반도를 손에 넣게 되자 반도 전체를 두 부분으로 나눈 뒤 Hispania Ulterior(먼 히스파니아), Hispania Citerior(가까운 히스파니아) 속주로 나누어 현재의 포르투갈은 먼 히스파니아 속주에 속하게 되었다가, 후에 아우구스투스 시절 먼 히스파니아 속주를 다시 둘로 나누어 Lusitania와 Baetica 속주가 되고 현재 포르투갈의 대부분은 이 Lusitania 속주와 겹친다(완전히 겹치는 건 아니지만). 포르투갈의 이웃나라인 España(Spain)라는 국명도 당연히 로마의 속주 이름 Hispania로부터 유래했다. 이런 예를 들자면 사실 한도 끝도 없다, 영국(Great Britain)은 Britania, 벨기에(Belgium)는 Belgica, 독일(Germany)은 Germania, Africa, Libya, Syria, 심지어 저 멀리 터키의 Cappadocia 등등 도시, 지역, 국가로 봐도 한 번 로마 제국의 영토로 편입되었던 지역의 지명이 라틴어 이름으로부터 유래하거나 그대로 사용하는 예는 한도 끝도 없으니 이쯤 하고. 그러다가 로마화가 진행되어 이베리아 반도 출신의 황제들도 등장하게 되는데 5현제 시대의 2, 3번째 타자인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가 바로 그들이다. 나중에는 이 속주 저 속주 안 가리고 황제들이 탄생하게 되지만.


로마가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동-서로 갈라지고 서로마는 반복되는 게르만족의 침략에 서서히 무너져 간다. 이베리아 반도에도 게르만족의 물결이 들이닥쳐 처음에는 수에비(Suebi)족이, 그다음에는 서고트(Visigoth)족이 차례로 나라를 세우고 그들의 지배가 한동안 계속된다. 그러다가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침략하여 현재 이베리아 반도의 북쪽 일부를 빼고 거의 70%에 이르는 반도를 차지한다. 포르투갈 쪽도 거의 모두 무어인들의 차지가 되었다가, 이베리아 반도의 헤콩키스타(Reconquista, 이베리아 반도 가톨릭 세력의 국토회복운동)가 성공을 하며 이슬람 세력은 축출되고 가톨릭 교도들의 세상이 온다. 그러는 과정에서 카스티야-레온 왕국의 백작령이었던 포르투갈은 독립을 선언하고 아폰소 1세(Afonso 1)에 의해 포르투갈이라는 국가가 성립한다.


포르투갈의 탄생 배경은 대충 이러한데, 이베리아 반도 서해안의 최북단은 스페인의 영토이지만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서해안의 대부분은 포르투갈의 영토다. 그러니 지리적으로 대서양과 아프리카로 진출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고 그리 크지 않은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한 때 스페인과 세계를 양분하여 식민지로 삼는 거대 해양제국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스코 다 가마 같은 훌륭한 항해-탐험가가 탄생하는 등 그야말로 잘 나가는 한 때를 맞게 된다, 그 전성기가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대항해 시대가 도래하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아프리카와 신대륙 탐험과 발견을 통해 경쟁적으로 전 세계 육지의 자국 영토화를 주장하고 서로 싸움박질을 할 태세까지 이르자 교황이 나서서 대서양에 기준선을 긋고 ‘야 너희들 싸우지 말고 이 선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발견되는 땅은 포르투갈 영토, 서쪽에서 발견되는 땅은 스페인 영토로 해라’라고 중재를 하고 양국의 협의하에 최종 기준선이 정해져서(서경 43도 37분) 이 분쟁은 마무리된다. 그러한 연유로 현재 전 남아메리카 대륙이 스페인의 땅이 되어 지금까지도 스페인어를 쓰고 있는데, 유일하게 브라질만 기준선의 동쪽에 있다는 이유로-실제로는 일부만 걸치고 기준선의 서쪽 부분이 더 크지만-포르투갈의 것이 되어 지금까지도 포르투갈어를 쓴다. 물론 양 언어는 대략 80%는 호환되니까 대략 말은 통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하여튼 역사를 좋아하는 나의 여행 모토 중의 하나는 ‘과거 강대국이었던 나라를 간다’이기 때문에 대항해시대를 시작하고 그 당시 가장 선두에 서 있었던 포르투갈은 당연히 방문해야 할 나라 중의 하나였다. 유럽 배낭여행 때 가보지 못 한 이 나라에는 어떤 멋진 건축과 유물과 문화가 숨 쉬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대는, 그런 기분. 수도이자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힌 제국의 심장 Lisboa,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이자 Porto Wine으로 유명한 Porto, 귀족들의 별장 도시로 웅장하면서도 멋진 건축물들이 즐비한 Sintra, 중세에서 그대로 멈춘듯한 도시인 Evora와 Guimarães 등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화끈하고 정열적인 스페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포르투갈로 향했다.




B. Itinerary and getting prepared


포르투갈은 그 크기가 우리나라(북한 제외)보다 약간 작은데 인구는 약 천만명 남짓하니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1/5 수준으로 아주 쾌적한 나라다. 남북으로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를 하고 있어 동서축이 아니라 남북축으로 계획을 세우면 딱 좋게 생겼고, 나도 실제로 그렇게 여행했다. 마침 북쪽에 제2의 도시인 포르투가, 남쪽에는 수도인 리스본이 있어 여행 거점도시로 삼기에 알맞다. 두 도시 사이는 약 330km라서 기차로 3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하니 포르투와 그 주변을 여행하고 저녁에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물론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


포르투갈로 향하는 여정은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는데, 첫 번째는 모스크바, 두 번째는 마드리드 도착이 오밤중이다 보니 바로 연결되는 비행기도 없고 하루 자고 그다음 날 새벽에 포르투갈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포르투갈은 Porto in-Lisbon out을 하기로 하고 포르투를 중심으로 그 근교 도시를, 그다음에는 리스본을 중심으로 그 근교 도시를 여행하고 리스본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수요일에 출국해서 그 다다음주 일요일에 돌아오는 여정.


Day 1(Wed) : Incheon-Moscow-Madrid 항공 이동

Day 2(Thu) : Madrid-Porto 항공 이동 / Porto 여행

Day 3(Fri) : Porto 여행

Day 4(Sat) : Porto-Guimarães 기차 이동 / Guimarães 여행 / Guimarães-Porto-Lisboa 기차 이동

Day 5(Sun) : Lisboa 여행

Day 6(Mon) : Lisboa-Evora 버스 이동 / Evora 여행 / Evora-Lisboa 버스 이동

Day 7(Tue) : Lisboa-Sintra 기차 이동 / Sintra 여행 / Cabo da Roca 여행 / Cascais-Lisboa 기차 이동

Day 8(Wed) : Lisboa 여행

Day 9(Thu) : Lisboa 여행 / Lisboa-Madrid 항공 이동

Day 10(Fri) : Madrid 여행

Day 11~12(Sat~Sun) : Madrid-Moscow-Incheon 항공 이동


내가 여행했을 당시에는 포르투갈 직항은 없었고, 5월에 여행을 하려다가 일 때문에 당연히(?) 취소당하는 바람에 추석에 가려고 티켓을 알아보니 다시 한번 당연히(?) 이제는 남아 있는 티켓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를 이용하게 되었으며 또 연결편의 시간도 미묘하게 애매해서 시간 손실이 큰 일정 밖에는 안 나왔다. 마드리드를 하루 끼워 넣은 것은 여행 당시 기준으로 그 12년 전에 갔던 프라도 미술관을 너무나 다시 가고 싶었기 때문. 그건 그렇고 아에로플로트는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데, 이 항공사의 문제라기보다 모스크바 공항의 환승시스템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체제가 이용자 Friendly하지 않은 것 까지는 뭐 그렇다 치겠는데 전혀 의욕이 없어 보이는 공산주의 국가 근로자들의 일하는 모습은 정말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할 지경.


일단 여행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촉박한 상태라서 천천히 책을 읽을 시간은 못되고, 간단히 포르투갈의 역사책 정도만 읽고 열심히 론리 플래닛과 구글링을 통해서 여행 일정을 이리 짜고 저리 짜고 해 보았다. 시작 도시인 포르투는 규모가 크니 최소한 2일은 있어야겠고 리스본은 수도인 데다가 볼거리가 많으니 최소한 3일은 있어야겠고, 하다 보니 가장 고민이 되는 게 신트라였다. 신트라와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인 호까 곶, 까스까이에서의 일몰까지 여유 있게 보려면 2일 정도가 필요한데 이러려면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에보라나 기마랑이스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포기해야 했는데 그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열심히 돌아다니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심정으로 신트라는 하루 만에 보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신트라와 근교는 보고 싶었던 것을 다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에보라와 기마랑이스 모두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저 도시들의 대안으로 코임브라를 가는 선택지도 있다.


유럽의 여느 국가가 그렇듯이 포르투갈에도 지방색 강한 과자나 디저트가 존재하는데 여행할 때 딱히 음식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나에게도 먹어보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었으니, 하나는 리스본의 유서 깊은 에그타르트인 Pastéis de Belém, 그리고 신트라의 Travesseiro였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보다가 이 두 가지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전 유럽 대륙에서 먹어본 디저트 중에 저 두 개가 반드시 Top 5안에 들어간다(터키의 바클라바-Baklava-는 아시아의 것이라는 가정하에). 지금 생각만 해보거나 그때 찍은 사진만 봐도 침이 줄줄 흘러넘치는 지경. 그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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