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가장 큰 계기가 아이들 학교였습니다. 기존에 다니던 초등학교는 고학년이 될수록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전형적인 비학군지 학교였습니다.
심지어 작년 1학년 말, 작은 아이는 같은 반 아이로부터 얼굴을 공격받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이 일로 아직도 병원을 다닐 만큼 아이도 저도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고, 여러모로 마음이 많이 떠났습니다.
이 일 하나 때문에 이사를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 계기는 되었습니다.
1. "WELCOME TO OO초!"
3월 3일 개학식 날, 전학 간 학교에서의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새로 전학 온 친구로 소개된 4학년 큰 아이를 향해, 반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어디서 전학 왔는지 묻고, 학교가 낯설지 않도록 직접 이곳저곳을 안내해주겠다고 선생님께 허락까지 받았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2. "여기 친구들은 다 좋아"
2학년이 된 작은 아이는 첫날은 조용히 있다가 왔지만, 며칠이 지나자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학교가 재미있다며, 가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전 학교처럼 괴롭히는 애들은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어느 날은 친구들이 " 너 부잣집에서 살다 왔어?"라고 물었다며 웃었습니다. 아이들다운 표현이 귀엽기도 했고, 무엇보다 잘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3. 우유, 급식, 그리고 돌봄 간식
전학 후 가장 현실적으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학교 생활의 기본 환경이었습니다.
매일 우유가 나오고, 급식의 만족도도 높고, 돌봄 간식까지 무상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간식비를 따로 내야 했고, 우유 급식도 없었기에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도 학교에서 먹는 재미가 컸습니다. 우유를 잘 안 먹던 큰 아이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매일 마시게 되었습니다.
4. 학교 시설과 방과후 프로그램
방과후 프로그램을 보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영어, 수학 같은 기본 과목뿐 아니라 예체능, 컴퓨터, 쿠킹클래스 등 선택지가 다양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우선순위를 매기며 요일별로 골라야 했습니다.
아이들과 상의 끝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자 하고 싶은 수업을 채워 넣었습니다. 음악줄넘기는 인기가 많아 안 되었지만 나머지 과목은 지금 알차게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쿠킹클래스를 위한 조리실, 컴퓨터실, 무용실, 음악실, 체육관, 도서관, 쉼터, 박물관 등 제가 다 적지는 못하였지만 전용 공간이 따로 갖춰져 있어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5. 자연스럽게 높아진 학습 분위기
환경이 바뀌니 아이들도 달라졌습니다.
2학년 작은아이는 학교에 정을 붙이고 마음을 편한지 받아쓰기, 수학 단원 평가 등의 시험도 척척 잘 해내고 있습니다. 받아쓰기는 매주 100점이라 4주 연속 100점이고, 단원 평가가 90점인데 반 친구들은 100점, 95점도 많다고 합니다.
4학년 큰아이는 친구들이 다 영어를 잘해, 그래서 나도 영어 잘해야겠어하더니 영어학원 단어시험을 100점 받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학 단원평가 시험에는 반 평균보다 점수가 낮아서 혼내기도 했고요. 전에는 수학도 자기가 2~3등이라더니 여기서는 보기 좋게 혼쭐이 났습니다.
학교, 학원 친구들을 보며 확실히 새로운 자극이 되는 거 같아 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6. 대치동? 방이동? 아직은 동네학원!
주변에서는 대치동이나 방이동 학원을 가냐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아이들 수준과 상황에 맞게, 우선은 동네 학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영어학원은 기존에 다니던 영어학원 원장님께서 이사 가는 곳의 영어학원을 대신 알아봐 주셨고, 두 아이 모두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수학은 이참에 본인 혼자 해보겠다며 수학 학원 문제집으로 매일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학원에 바로 가지 않아도 되냐며 걱정스러워 하지만 당분간은 아이가 원하는 데로 학원 없이 스스로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되어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 밖에는 작은 아이 운동을 위해 수영을, 큰 아이 취미를 위한 미술학원 정도입니다.
7. 아이들이 보여준 힘
전학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습니다.
일하는 엄마아빠를 대신해 형제 둘이 서로가 서로를 더 챙기게 되었습니다. 출근시간이 더 길어진 저는 아이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남은 아이들은 자기 몫을 하며 학교까지 스스로 시간 맞춰 가게 되었습니다. 매번 데려다주던 등굣길도 이젠 스스로 떠나는 모험길처럼 즐겁게 마주하며, 오늘도 잘 다녀오시라며 현관 앞에서 먼저 웃어줍니다.
8. 적응이 8할
지금은 적응이 거의 끝나가는 단계입니다. 학교, 방과후, 학원까지 큰 문제 없이 자리 잡았고,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적응이 8할이라면, 나머지는 이제 천천히 채워가면 될 거 같습니다.
이사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들의 환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그 마음이 통했는지 아이들도 이사와 전학에 대해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개월을 예상했었는데, 이제 한 달 만에 2학년 둘째도 혼자서 학원까지 척척 걸어가며 형아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적응을 잘 해준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고마운 아이들에게 버럭버럭 화만 냈던 나의 과오가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단단하게 새로운 삶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계약직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저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