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을 내어 연구소 팀 회식으로 식당에 갔을 때 옆 방에서 회사 재무 팀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해를 하지 않고 조용히 옆 방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화 내용이 자신들이 예산 배정을 하지 않으면 연구개발도, 제품 생산도 할 수 없음을 견주어 자신의 부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회식 모임에서는 인사부서 사람들이 자신들이 인력 수급이나 노사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지 않으면 회사가 운영될 수 없고 인사가 만사이듯 제일 중요한 핵심 부서라고 한다.
그 당시 연구원이었던 나는 그런 내용에 대하여 절대 동의할 수 없었고 나름 연구소가 회사 내 핵심부서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때인데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었다. 회사가 지향하는 사업에 대하여 연구소가 개발하지 않으면 인사와 재무 업무커녕 회사의 설립 목적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사와 재무는 그야말로 지원부서로 인식되었을 때이다.
꽃이 말했다.
"세상에서 나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없어. 나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게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 보라고 해"
"너희들 정말 웃긴다. 내가 없었다면 어떻게 너희가 생길 수가 있겠니. 너희들 근원은 나야. 그러니 세상의 으뜸은 바로 나란 말이야"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모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또 씨앗은 씨앗대로 최고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사람도 모두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꽃처럼 열매처럼 그리고 씨앗처럼,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이런 애기들이 대기업의 경우에는 충분히 성립이 된다. 대부분 전문 경영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누구라도 능력과 기회가 되면 나도 전문경영인이 되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은 주인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어느 부서에서 전문적 성과를 내더라도 내 부서가 또는 내가 가장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 회사의 오너가 모든 의사결정을 최종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모두 다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임되지 않는 권한은 분명한 한계를 느끼게 되고 그만큼 자신의 소중함이나 창의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주인 정신이 아닌 한 가족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크기는 그 회사 오너의 그릇 크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오너가 모든 권한을 갖고 최종 결정을 하는 한 중소기업의 한계는 분명하다. 손발은 직원 수만큼 많지만 두뇌는 단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각 부문에서 내가 회사의 주인처럼 위임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한, 그 기업은 열린 경영과 창조적 경영으로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기업으로 지속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