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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니?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

by 엠에스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잘 살고 있지?”

순간 머릿속에서 어떻게 답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응, 별일 없지, 잘 지내. 너는 어때?”

잠시 수다를 떨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잘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 살고 있나?

그러나 막상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라고 묻는 경우, 한마디로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인생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잘 산다고 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인생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잘 산다"는 말의 의미는 금전과 명예와 향락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윤리적인 판단과 자기 영혼에 대한 개선, 그리고 진리에 합당한 삶을 뜻하는 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잘 산다는 것. 잘 살기 위해 인간은 세상에 적응하고, 세상을 자기에 맞게 변형시키기도 한다. 또한 각자의 한계(타고난 재능, 성격, 신체 조건, 가족이나 국가와 같은 주변 환경)를 극복하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을 경험을 하게 된다.

잘 산다는 것은 매우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어 떵떵거리는 것을 잘 산다 여기고, 어떤 사람은 잘 살기 위해 창작의 고통을 즐기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정말 많은 것들을 이루어도 잘 살았다 생각지 않고, 어떤 사람은 특별히 이루는 것 없이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기도 하죠. 이렇게 사람들 마다 자신의 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그 목표의 정도도, 그에 대한 만족도, 삶에 대한 태도까지, 역시 다르다.

문제는 상대적 기준에 따른다면 '개인'이 우선 된다는 점이다. 누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자기부터 고려하고, 누구는 타인을 먼저 고려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것이 또한 인간 세상이니까요.

개인의 가치 실현과 공동체적 가치의 준수에는 일정 부분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겠죠. 몇몇 사람들이 도덕을 저버리고 산다 해서 너도 나도 그렇게 산다면 인간 사회가 동물의 세계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잘 산다는 건 나와 타인, 그리고 공동체라는 범주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매우 복잡한 셈법이 요구된다.

비록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고 절대적 기준을 세울 수 없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조건들은 있다. 어느 정도 먹고살고, 어느 정도 안전하며, 어느 정도 어울릴 수 있고,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야 '잘 산다는 것'에 대한 논의 역시 가능할 것입니다.

서울의 강남 지역에 살며 재산이 많은 사람을 보고 부러워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잘 산다고 말하기는 그렇겠지요? 그냥 부자인 것이죠. 물론 그중에서도 잘 사는 사람은 분명 있죠.

잘 산다고 하는 것은 재산이 많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 삶을 영위하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따뜻한 마음을 공동체 사회 가치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즉, 기여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웃과 함께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나눔이 있는 삶이 진정으로 잘 사는 사람이 아닐까요? 물질적 풍요가 기준은 아닌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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