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입니다.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이 트고,
고기는 물을 만나야 숨을 쉬며,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갑니다.
이처럼 만남은 삶의 조건이며,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인연이라는 끈이 되어 우리를 이어 줍니다.
우리는 서로 기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갑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주저 없이 손 내미는 사람,
기꺼이 먼저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받는 기쁨은
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합니다.
그러니 먼저 주는 용기,
그것이 인연을 키우는 첫걸음입니다.
말 한마디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지나치면 흘러가고,
아무리 나쁜 말도
때론 시간이 덮어줍니다.
하지만 단 3초만 멈추고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좋은지 나쁜지
우리 마음은 이미 알고 있지요.
사람은 본래 따뜻한 존재입니다.
다만, 그 따뜻함을 꺼내는 데
서툴고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그 자체로 재산임을 깨닫습니다.
부와 명예, 자식과 소유물은
세월 앞에서 하나둘씩 멀어지지만,
함께 웃고 눈물 닦아주는 친구 하나는
그대로 곁에 남습니다.
인생을 살아보니,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더군요.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고,
사람 때문에 울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 덕분에 다시 웃습니다.
어떤 날엔
한마디 말,
따뜻한 눈빛 하나에
버틸 힘이 생기고,
살아볼 용기가 생기지요.
인연의 씨앗은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잘 가꾸고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인연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자라는 잡초가 아니라,
정성과 인내, 시간을 들여야만
꽃 피우는 한 송이 난초와 같습니다.
살다 보면
먼저 다가가는 일이
괜히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결국
관계를 지켜내는 사람입니다.
고맙다 친구야!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
어느새 제 길로 떠나갔습니다.
그래요, 그들도 결국 내 것이 아니었지요.
꼬깃꼬깃 숨겨둔 지폐,
세월 속에 잊힌 옷장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니
그것도 결국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긴 머리카락 넘기며
미소 짓던 아내도
이젠 말은 섞지만
몸은 따로인 이방인처럼,
그마저도 온전한 ‘내 사람’은 아니었지요.
칠십 평생을 살아보니
정작 내 것이라 할 만한 것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슬프게도, 남은 것은 약간의 병과
지나간 시간뿐이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고마운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친구였습니다.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요즘 잠은 잘 오는지,
마음 쓰며 안부를 묻고,
말 몇 마디에 웃음꽃이 피는 그 사람,
바로 친구입니다.
좋아서 손잡고
마주 보고 웃으며
차 한 잔에 마음이 놓이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사람.
친구는
늘 먼저 기억해 주는 사람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없이 알아봐 주는 존재입니다.
친구야, 고맙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하자.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끝까지 변하지 않고
마음을 지켜주는 사람,
그 사람만은 잊지 말자.
우정은 ‘너와 나’라는 두 개의 존재가
‘우리’라는 공간을 함께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 안에는 이해, 용서, 기다림, 기쁨,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시간의 무늬가 담겨 있지요.
장 폴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 거울이다”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나를 비추는 가장 따뜻한 거울입니다.
그래서,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곧
좋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인연이 향기롭기를.
당신의 우정이 오래오래 꽃 피우기를.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에게
참 좋은 친구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