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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의 삶, 그 깊이와 여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비결

by 엠에스

김형석교수도 굳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65세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 나이면 세상 물정도 알고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년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의 한 장이다. 살아온 세월만큼 주름이 늘고 체력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비움’과 ‘여유’로 인생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쓸데없는 욕심과 시기, 질투를 비우면서 자연스레 덤덤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게 된다. 오히려 장년은 삶의 내면이 충만해지는 시기가 될 수 있다.


우선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 과거에는 갖고 싶은 물건, 이루고 싶은 욕망이 가슴 한가득 차 있어서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런 욕구들이 마치 남의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지나고 보니 “저건 굳이 없어도 살 수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오며 마음에 평온이 깃든다. 이 비움의 미학은 오히려 많은 것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로 이어진다.


또 담담한 마음으로 삶의 여백을 되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 시시때때로 욕심과 경쟁심이 꿈틀거리던 젊은 날을 뒤로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현명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나 시기의 감정도 점차 약해진다. 다른 사람의 단점에 쉽게 눈길이 가고, 비판과 불만을 표출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남의 잘못이나 단점을 그렇구나 하고 넘긴다. 반대로 잘한 점이나 개성 있는 행동만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두가 자신의 길을 가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이제는 “참 고생 많구나”하며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남을 향한 미움이나 질투를 쏟아낼 열정이 줄어들고, 오히려 “잘되기를 바란다”는 순수한 바람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내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다.


젊은 날에는 성취와 소유가 중요했다. 더 나은 집,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은행잔고를 바라며 부단히 노력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장년이 되면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는다. 어느덧 미움이나 원망은 먼 옛일이 되고, 그 자리에 “누군가를 축복하고 응원하고 싶다”는 따뜻함이 자리한다.


장년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지나친 고민에서의 해방이다.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젊었을 때는 이런저런 선택의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있는 옷을 입고, 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패션으로 눈길을 끌 필요가 없고, 과시할 이유도 없다. 호화로운 만찬이 아니어도 소박한 음식 한 끼에 만족하며,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것도 장점이다. 부지런히 출근할 필요가 없고, 촘촘히 짜인 스케줄에 몰려다닐 필요도 없다.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멀리 산을 바라보면서 구름이 흘러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며 깨닫는 소중한 지혜는 “행복은 마음에 달려 있고, 천국도 결국 내 가슴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픈 곳이 생기고, 예전만큼 움직이기 힘들어진다고 해서 행복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제약이 생겨도,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마음속에 평온한 ‘천국’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 마음을 비운다고 해서 무감각 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정과 사랑을 담아낼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움으로써 오히려 더욱 큰 감사와 기쁨으로 채워질 수 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때로는 굴곡진 추억에 미련을 가져 보기도 한다. 과거의 업적이든, 상처이든 수용할 수 있게 되면 현재를 살아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모든 것이 여기까지의 과정이었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비로소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


인생의 빈 공간을 불안이나 초조로 채우지 않고, 오히려 여유와 평온으로 채운다. 시기, 질투, 원망 대신 남을 축복하고 칭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다. 무언가를 받으려 하기보다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도 밝은 기운을 전한다.


결국 장년은 인생의 마지막 막이 아니라, 새로운 통찰과 여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세월이 주는 상처와 흔적이 분명히 있지만, 그 경험들이 쌓여 만들어낸 지혜와 따뜻함 역시 소중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 일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고,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삶은 분명 멋지고 존경받을 만한 길이 된다.


장년이 주는 참된 가치는 우아하고 담담한 태도에 있다. 비움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담는 법,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로 채우는 법,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줄 아는 태도가 바로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이다.


장년은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고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보자. 그러면 우리의 장년 또한 한결 더 빛나고, 존경받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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