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인생 여정
— 가을의 인생 여정
맑고 깊은 가을 하늘,
긴 구름 한 조각이 느릿하게 흘러간다.
길가의 코스모스는
바람결에 나풀나풀,
누군가의 마음처럼 흔들린다.
들녘엔 산뜻한 향기 번지고
산새들은 가지 끝에 모여
하루의 안부를 속삭인다.
한때 뜨겁게 타올랐던 여름의 열정도
이제는 조용히 식어가고,
매미의 울음 대신
귀뚜라미의 고요한 노래가 들려온다.
온몸으로 부딪치며
묵묵히 견뎌온 세상,
이제야 잠시 멈춰
곱게 단장한다.
바람결 따라나선
이 가을의 외출,
그것은 어쩌면
마지막 춤일지도 모른다.
낙엽들은 제 몸을 던져
정처 없이 떠돌며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문득 안다.
화려함은 결국,
돌아갈 준비의 또 다른 이름임을.
머지않아 차가운 바람이 불겠지만,
언 땅 속에서도
작은 꽃눈은 봄을 꿈꾼다.
세월 잃은 나그네, 나 또한
그 꽃의 소식을 기다리며
조용히 내 안의 계절을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