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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Nov 03. 2024

쳇바퀴 위 그저 달리기만 하는 시간

[때는 바야흐로 번아웃 시절]

현란하게 움직이는 털 솜방망이가 무색하게 모니터 앞 한 동물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한 시간 뒤면 솜솜 동화사가 대량 건을 줄 거고 4시가 되면 마감에 맞춰 일이 우수수 들어오겠지..’ 

쳇바퀴 타듯 흘러가는 하루의 흐름이 못내 답답한 듯 쿼카는 한숨을 폭 내쉰다. 


어느 순간부터 소박했던 목표도 활활 타는 듯했던 열정도 바닥난 지 오래. 동물은 그저 무채색이 된 것만 같았다. 언젠가 하루하루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며 뿌듯해하고 성과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었다. 마치 털색이 달랐다면 따뜻하고 뜨거운 담홍색이었달까. 윤기도 흘렀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게 무감각해지고 성과나 실수에도 ‘그렇지 뭐’란 생각으로 넘어간다. 때가 되면 동그란 버튼을 누르고 시간이 지나면 버튼을 끄는 하루의 시작과 끝. 더 이상 동물의 삶은 빛나지 않았다. 회색빛 세상 속 회색 빛 존재가 되어 흐릿하게 움직일 뿐이다.


동물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 순간을 벗어나는 법은 간단할지 몰라. 하지만 움직이기로 생각조차 하기 싫은걸. 이대로 흘러가고 싶어' 


오늘도 무채색 존재는 쳇바퀴 같은 하루를 시작했다. 그저 달리기만 하는 시간의 끝은 어디일지 가늠되지 않는다. 언젠가 막연히 끝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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