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막바지에 연재를 그만두는 게 조금 이상할 겁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틀을 잡고, 쓰고 다듬고 해서 나름 신중하게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회차가 지날수록, 글 쓰는 게 어려웠습니다.
어떻게든 억지로 여기까지 끌고 왔던 거죠.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누가 강제로 시키는 것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내가 자유롭게 쓰는 글인데 말이죠.
마치 억지로 해야만 하는 과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20 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제가 한 때 앓았던 마음의 병을 완만하게 극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그때의 시간이 이제는 그저 어렸을 때의 추억으로 숙성되어 자리를 잡았다고 여겼습니다.
나름 웃을 일도 많았고 때론 눈물을 글썽이게 한 병동 생활이었고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되돌아가서 깊게 빠져들수록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너무 생생히 강렬하게...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리 강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인 거죠.
그런 상태에서 억지로 무언가 쥐어짜려고 하니 글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서랍에 쓰다만 글 뭉태기가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100프로 나의 마음을 오픈하고 솔직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올렸던 글을 다시 물리고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으나, 이 부족함과 모자람 또한 제 자신의 일부인 걸 인증하는 증표로 삼아야겠습니다.
이 책을, 언젠가 다시 다듬어서 재탄생시킬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때는 진짜 준비가 된 거겠죠.
아, 그리고 '한 아이'는, 바로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