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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원 기타쟁이
15화
공연은, 추억이다
by
이삼오
Nov 18. 2024
공연 당일 아침, 비가 한바탕 쏟아질 것 마냥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다.
제발 비만 오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비가 오게 되면 악기들 옮기는 게 훨씬 더 번거로워질 뿐 아니라 공연 보러 오는 관객들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흐려졌다 쨍쨍 했다를 반복하며 비가 올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친한 형님의 회사 밴 덕분에 편하게 악기들을 실어 날을 수 있었다. 학원에서 출발한 차는 이제 공연장에 도착해서 순조롭게 악기들과 짐들을 공연장 안으로 옮기면 됐다.
공연장 도착. 그런데, 어? 문이 잠겨 있다. 분명 낮 12시쯤 와서 세팅한다고 전화랑 문자로 확인 다 했는데... 책임자는 분명 오전부터 문 열어 놓을 거라고 했는데...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안 받는다. 세 번째인가 했을 때 겨우 통화가 된다.
"네. 안녕하세요. 저희 오늘 공연인데, 여기 문이 잠겨있네요. 어떻게 된 거죠?"
"네? 그럴 리가요. 제가 실장한테 분명 열어 놓으라고 했는데... 그래서 제가 아까 문 열었냐고 확인 통화까지 했는데요. 자기는 문 열었다고... 어떻게 된 걸까요?"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곤란한데요. 하여튼 문은 잠겨 있습니다. 지금 빨리 와주 십시오?"
"아, 제가 지금 타지 출장이라서요. 실장한테 다시 연락해 놓겠습니다."
(몇 분 후 전화)
"지금 실장한테 빨리 가라고 전했습니다."
"문 열어 놨다는 말은 뭔가요? 어딜 열어 놨다는 말씀이신지..."
"아, 준비 다하고 문 열러 나간다고 하고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다네요. 죄송합니다."
(이 실장 놈은 첨부터 끝까지 사람 속을 긁을 예정인가?)
실장이 도착했다. 인사도 없고 사과의 말도 없다. 문 열더니 휙 가버린다. 아니, 갈 때 가더라도 불은 켜주고 가야 할 거 아닌가.
불러 세웠다.
"불은 키고 가시죠. 그리고 관리 안 할 겁니까?"
"아 진짜 귀찮게..."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보수받으면서 일하는 겁니까?"
"그렇긴 한데.. 왜 물어보는 거요?"
여전히 존댓말도 아닌 반말도 아닌 이상한 언어를 하고 있다.
"제가 책임자한테 얘기해서 당신 급여 다 까라고 할 테니까 그리 알고 그냥 가세요."
마지못해서 있으려는 거 같았다. 아니, 진짜 안 잡았으면 돈은 돈대로 다 받고 먹튀 할 생각이었나? 그냥 보낼걸. 계속 옆에서 시비나 걸 거 같은데.
짐을 다 옮기고 세팅을 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다 일찍부터 와서 준비를 했기 때문에 시간도 여유로웠고 커피 한 잔 하기로 한다.
공연장에 다시 도착, 무대를 본다. 뭔가 좀 이상하다.
드럼, 심벌 마이크 위치가 이상하게 되어있다. 마이크들이 심벌즈에 아예 맞닿아 있는 게 아닌가. 이럼 소리도 똑바로 안 나고 마이크 박살 날 텐데. 누가 건드렸지?
실장이 한마디 한다.
"이거... 아까 마이크 위치가 잘못된 거 같은데..."
(진짜 어이없는 순간이 며칠 안에 이렇게도 많이 일어난단 말인가?)
"마이크 이렇게 놓으면 소리도 똑바로 안 나고, 마이크 박살 납니다."
타이르 듯이 얘기해 본다.
"실장님, 다른 일 보셔도 됩니다. 지금 어지간한 건 다 세팅되었으니, 저희가 음향만 체크하겠습니다."
그리 큰 공연장은 아니라 크게 손이 갈 건 없었다. 전반적인 밸런스만 잡아 주면 될 거 같았다.
드럼 선생님이 음향 쪽도 잘 아셔서 일사천리로 세팅을 해 놨다.
믹싱 보드에 붙여 놓을 마스킹 테이프가 안 보였다. 분명히 챙긴 거 같았는데...
"실장님, 혹시 마스킹 테이프 있으세요?"
"아니, 이 사람들은 공연한다면서 마스킹 테이프도 안 가져오나?"
(참자... 참어... 오늘은 학생들을 위한 공연이다. 학부영들도 오신다...)
"아, 분명 챙겼다 생각했는데... 깜빡했나 봅니다."
"나도 없어요."
(찾아보지도 않고...)
공연 시작 30분 전, 빼곡히 차있는 의자는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고 공연장 홀은 스탠딩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공연장은 지하에 있었는데 일부러 밖에까지 소리가 들리라고 문을 활짝 열어놨다.
원장님의 위트 있는 사회와 진행으로 분위기는 점점 올라갔다.
학생들은 갈고닦은 실력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음 공연을 기약할 정도의 아쉬운 실수만 하면서 한 곡 한 곡 무대를 이어갔다.
학교 학예회 수준과는 많이 멀었다. 프로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딜 가더라도 나름 들어줄 만한 실력으로 완성도를 갖추었다.
무대를 마친 학생들은 아쉬워하기도 하고,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면서 울먹이는 친구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 같은 경험을 통해서 한 걸음 씩 발전해 나아가는 거니까, 아쉬움의 눈물은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학생들의 무대 후 선생님들 이 한 팀으로 짜여 무대를 이어갔다.
처음으로 선생님들의 무대를 본 학생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다른 모습의 선생님을 봐서 멋있기도 하고, 낯설었다고도 했다.
마지막 무대로 모든 학생들이 나와서 단체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별 탈 없이, 사고 없이 공연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학원에서 뒤 풀이로 피자파티 중)
학생들은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다들 너무 초롱초롱 한 눈 빛으로 가득했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몇 시간은 더 무대에 설 수 있겠다는 에너지가 감돌았다.
(선생님들 뒤 풀이, 감자탕 집)
피아노맨: 아까 그 실장 참 웃긴다,
그치?
나: 그러게, 공연 끝나고 정리할 때 너무 적극적으로 도와주길래... 다른 사람이 왔나 착각했다니까.
피아노맨: 첨부터 그렇게 협조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 "학생들, 선생님들 실력이 정말 출중하시네요. 공연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걸 실제로 처음 보니까 뭉클합니다."라면서 자기도 한 때 뮤지션을 꿈꿔 왔다나?
피아노맨: 뭐, 전공이나 프로가 아닌 이상, 오늘 무대가 굉장히 좋고 즐거웠다고 할 수 있었겠지. 자기가 생각했을 땐 그냥 우리가 어중이떠중인 줄 알았나? 그래서 그렇게 무례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그 실장 너한테 피아노 배우러 학원에 오겠다는데? 조금 진지해 보였어. 하하.
피아노맨: 에이, 설마 오겠나...
그 실장은 학원에 오지 않았고 우연히라도 단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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