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좀 그만 치면 안 돼?"
싫었지만 그동안 들었던 리처드의 칼림바 소리를, 참다 참다 그만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그동안 듣고 싶어서 들은 것도 아니었는데, 맞장구까지 쳐줬는데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지만, 들려온 답은 뜻밖이었다.
"왜? 싫어?"
리처드는 당당했다.
살짝 당황한 난 곧 머리를 굴렸다.
"그동안 칼림바 수행평가 때문에 연습 한 건데, 방금 네가 친 곡은 수행평가 곡도 아니었잖아."
"그럼 치면 안 돼? 치는 건 내 자유야."
리처드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칼림바를 연주했다.
"시끄럽잖아. 왜 날 보면서 하는데."
머쓱해진 은 자리를 바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 쉬는 시간이고, 그렇게 치면 너희 대화하는 것도 시끄러울 수 있잖아."
말을 마친 리처드는 몸을 돌렸다.
"……."
……하!
난 할 말을 찾았다.
"……그럼."
따라라라 따라라라 따라라라 라라라라 딴딴딴
그때 마침 종이 쳤고, 난 대화를 곱씹었다.
이것이, 시끄럽다고 한 나의 잘못일까, 칼림바를 시끄럽게 친 리처드의 잘못일까?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남에게 피해가 간다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시끄럽다고 해도, 쉬는 시간이니 참을 줄 알아야 하고,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무리 지어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런데 내 주장만 바득바득 우기다니, 부끄럽다.
함께 살아가기에 더 타인을 생각해야 하는데…….
싸울 때는 '시끄럽다는 데 좀 그만 칠 수도 있지 않아?' 하며 짜증을 냈는데, '쉬는 시간인데 봐줄 수도 있지 않아?' 하는 상대의 말도 사실, 맞는 말이었다.
"너희 대화하는 것도 시끄러울 수 있잖아.'
라던 상대의 말에
"아, 우리도 시끄러웠니? 미안."
인정하면서 해결방법을 얘기했어야 했는데…….
인정이 대화를 계속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