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너까지 안 해야 해?

연재 소설

by Blue Page

“일찍 왔네?”

“너…….”

해미는 지아의 젖은 머리와 손에 든 수건을 번갈아 보다가 다시 눈썹을 찌푸렸다.

“아….”

지아의 손이 갈 곳 없이 허공을 맴돌다가 체념한 듯 머리카락을 들었다.

“이거?”

그리고 수건을 들고 있었던 손으로 수건을 만지작거렸다.

“이것도.”

“벌써 들어갈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해미는 고민하다가 한 마디 더 붙였다.

“수영장.”

“아, 나도 몰랐어, 근데…….”

얼른 뭔가를 설명하려는 지아에게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괜찮다는 뜻이다. 왜 끄덕이는지, 뭐가 다 괜찮은지 자신도 모른다. 그저, 지아가 너무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인다.

“뭐, 네가 수영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해미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미가 가방을 내려놓는 걸 보며 한참을 망설이던 지아가 입을 열었을 때는 같은 반 현준이 막 들어왔을 때였다.

“저…….”

“야, 너희 둘이 뭐하냐?”

현준도 해미처럼 금세 지아의 머리카락과 수건을 알아차렸다. 이제 지아의 머리는 거의 다 말라 가고 있었다.

“어? 뭐야, 한지아? 수영장 오늘부터였냐? 야, 이거 참. 내가 제일 먼저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늘 보니까 열려 있던데? 수영부는 모래에 뽑는대.”

이런 분위기가 깨진 것이 좋은 모양인지는 지아는 아까 해미랑 말할 때보다 한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할 거지?”

“아….”

엄마가 한 말이 사실이었어? 수영부가? 이런 생각을 하며 지아와 현준이 대화하던 걸 지켜보던 해미가 지아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해미는 지아가 수영부까진 하길 바라지 않는다. 지아도 해미가 내색하진 않아도, 지아가 수영부를 안 한다고 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뭐야, 너 안 할 거야?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뭐, 그렇게 말한 적은…….”

눈치가 아무리 없는 현준이라도, 이번만큼은 지아와 해미가 눈빛을 주고받는 걸 알아차렸다.

“아하, 강해미 때문이지? 그게 어때서? 자기가 안 한다는데, 왜 너까지…….”

지아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현준이 말끝을 흐렸다. 딱히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지아의 얼굴을 보니 많이 틀린 말을 한 것 같았다.

“뭐, 안 한다면야!”

현준은 뒤끝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 아니면 아닌 거지. 자리로 돌아간 현준을 보니, 교실에는 어느새 아이들이 가득했다. 곧 종이 치고, 해미도 자리에 앉았다.

수업은 시작했지만, 해미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까 현준이 한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게 어때서? 자기가 안 한다는데, 너까지 안 해야 해?

아마 현준은 이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일 것이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지아는 분명히 안 할 것으로 생각했던 해미는 그냥 넘겼던 말이었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지아는 수영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해미와 반대되게 물을 좋아했다. 지아의 프로필에는 늘 바다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지아는 항상 해미를 생각하고, 배려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해미는 지아가 자신도 수영장을 안 간다고 한다는 걸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거의 그랬다. 하지만 현준의 한마디가 해미의 가슴에 박히는 바람에 이번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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