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선택이 하루를 좌우한다.

부모가 된지 어느덧 1년

by 유오미

하루가 그냥 어떻게 채워지고 지나가는지 지 모르는 일상이다.


아이는 곧 1년이 되어가서 한국의 돌을 맞이하면서 엄마의 시간으로 산 나의 1년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들이다.



시애틀은 이제 비가 내리는 우기가 시작되면 재택근무하는 나의 일상은 더 빛을 발한다.


따뜻한 편안한 츄리닝 바지를 입고 모링가 차를 한 잔과, 아침에 정신없이 일 시작 전에 돌려놓은 우리 15년이 넘은 세탁기의 달달 소리마저 그냥 평화로운 시간의 한 부분이 된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무언가 생각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싶단 생각을 오래 했지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계속 미뤄놓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일 노트북 옆에 있는 나의 개인 노트북이 뭔가 나를 더 강하게 부르는 기분이라 일단 켜고 봤다.


아이가 아직 1살이 안된 어린 아기이기에 이 아이를 육아한다는 기분보다는

정말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놀아주고 웃게 만들고 보여주고 들려주고 그야말로 아이의 인생을 꽉꽉 채워주고 흔들어주고 돌려주고 뒤집어주는 게 양육자 일상 같다. 이게 육아인가? ㅎㅎ


이번 주 화요일은 남편이 하루 종일 일정이 있어 늦을 예정이었다. 이상하게 1인분의 도움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조급해지고 마음이 바빠진다. 이럴 때 내리는 결정은 보통 실수가 많다. ㅎㅎ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회사 아침 미팅 전에 아기를 데이케어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침 7시 30분부터 기저귀에 도시락에 바리바리 싸서 등치 만해진 가방을 들쳐매고 아이를 거의 카시트에 내리꽂으며 허겁지겁 움직였다.

데이케어에 데려다주자 티처가 아이가 어제는 많이 보챘고 아웃사이드에서도 울기만 했단 얘길 하면서 코감기가 심해서 컨디션이 나빴나 보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게 귀보단 가슴에 더 꽂혔다. 그리곤 빠이빠이 하고 나오려는데 아기가 나의 발을 붙잡고 이내 울기 시작했다. 잘 울지 않는 아기라 일단 일이 급해서 후다닥 나왔지만 일하는 내내 마음 한편엔 걸려 괜히 핸드폰 사진첩의 아이 사진을 슥슥 보곤 했다.


집에서 잠을 재워 컨디션을 얼른 회복시켜보잔 생각에 보통 아이가 4시부터 낮잠을 자는 루틴이라 3시 반 미팅 하나가 마치자마자 후다닥 데이케어로 갔다. 도착하고 보니 매니저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Do you have a min?" 아, 그리고 이메일을 보니 아침에 내가 보낸 이메일에 뭔가 이슈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런.. 아이를 일단 집에 데려오고 재운 후에 어떻게든 일을 해보려 했다. 대실패였다.

하하 아이는 침대에 가까이만 가도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안겨있으면서 놀고 싶어 했다.


매니저에게 아이가 아파 데이케어에 픽업을 했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미팅을 내일 아침으로 미뤘다.

누가 잡으러 오는 것도 아닌데 혼자 씩씩대며 겨드랑이와 등에 기분 나쁘게 뿜는 땀들을 식히며 그냥 모든 걸 포기한 채 아이를 안고 보던 서류들을 마저 봤다. 당연히 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런 날도 있다. 저런 날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게 마치 딱 클릭이 안되는 날이 있다. 늘 자던 낮잠을 안 자고, 보통은 이맘때면 미팅이 안 잡히는데 갑자기 메시지가 오고 그냥 모든 게 그냥 한 선택으로 뒤엉키는 날 ㅎㅎ

그런데 이럴 때 그냥 나는 이 엉켜지는 것까지가 원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평화롭게 아이가 밤잠을 자서 하루가 끝나는 순간이 오기까지 그냥 이 모든 엉켜있음까지가 한 세트인 날.

내가 무슨 수를 써도 그냥 같이 엮여져서 오는 그런 날. 그게 그날이었고 나는 지쳤었다.



땅다다라라 라다당 띠리리리 라리리로~ 세탁기 다 끝났나보다. 건조기 돌려야한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