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편의점, 두 개의 그림자

- 사소하지만 나를 붙잡은 순간/ 『일상의 블랙홀』3화

by 글빛누리


편의점 밖의 여자.jpeg

밤의 편의점, 두 개의 그림자


도시의 밤은 빛과 그림자로 가득하다. 특히 24시간 불을 밝히는 편의점은 그 경계에서 도시의 민낯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나는 매일 밤, 창문 너머로 그 풍경을 지켜본다.


편의점은 도시의 양심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자주 찾지는 않지만, 없으면 불안한 것. 24시간 환하게 불을 밝히지만, 정작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 곳. 어쩌면 그곳은 도시인들의 외로움을 잠시 달래주는 임시 피난처인지도 모른다.


오늘 밤도, 내 창 너머 편의점은 변함없이 빛나고 있다. 형광등이 쏟아내는 차가운 빛 아래, 일상의 파편들이 모여든다.


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선다.


두꺼운 패딩 안에 몸을 움츠린 채, 맥주 한 캔을 들고 계산대로 다가간다. 그녀의 어깨는 무언가에 짓눌린 듯 축 처져 있다. 아마 그녀는 따뜻한 편의점 안에서 조용히 한 잔을 마시고 싶었을 것이다. 찬 바람을 피해, 잠시나마 온기와 위안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은 규정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 안에서는 드시면 안 돼요."


짧고 무심한 말. 도시에는 항상 그런 규칙들이 있다. 멈추라는 신호등,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 넘지 말라는 노란 선.


그녀는 아무 대꾸 없이 맥주를 들고 나온다. 편의점 앞 차가운 벤치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캔을 연다.

손에 쥔 맥주에서 새어 나오는 하얀 김. 그 위로 손등으로 쉼없이 닦아내는 눈물 자국.

그녀는 가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그리고 더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추위는 발끝부터, 울음은 마음 끝에서부터 차오른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걸까. 받지 않는 가족, 끊어진 연인, 아니면 그저 마지막으로 기대어본 희망.


편의점 주인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개를 돌린다. 매일 밤 수십 번 벌어지는 일상의 한 장면처럼.


편의점 청년들.jpeg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린다.

이번엔 세 명쯤 되는 젊은이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유리문을 밀어젖히며, 그들의 웃음 섞인 큰 소리가 동반된다. 소주 두 병, 새우깡 두 봉지. 들어서는 순간부터 큰 소리로 웃고, 욕을 하고, 편의점 전체를 그들의 목소리로 채운다.


세 명의 젊음이면 도시 정복도 가능하다. 새우깡과 소주 한 병으로 밤의 정적을 파괴한다.


주인은 그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규정을 말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곳을 통과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창 너머로 그 풍경을 지켜본다.


한쪽 벤치에는 눈물을 삼키는 여자가, 한쪽 가게 안에는 거칠게 웃는 청년들이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다른 세계.

도시는 조용히 밀어내고, 떠들썩하게 지배당한다.

외로움은 내쫓고, 소란은 품어준다.

빛은 여전히 환하지만, 그 빛 아래 누군가는 조용히 지워진다.

오늘 밤, 어떤 이는 소란을 남겼고 또 다른 이는 눈물자국을 남겼다.


내 방 작은 창문의 방관자는 이제 하루의 관찰을 끝맺는다.


우리는 모두, 이 도시의 장면 장면 속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군상일 뿐. 누군가는 거칠 것 없는 자신감으로

도시를 지배하고, 또 누군가는 소리 없이 자신의 모습을 애써 감출 뿐.


편의점 불빛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 그 아래, 수많은 작은 사연들이 조용히 명멸한다.


『일상의 블랙홀』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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