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1 괴기 산장, 2화 대낮의 공포

2장: 대낮의 공포

by 글빛누리


2장: 대낮의 공포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낮에 방안에 들어가 있으면 방 밖의 커다란 창문 안쪽에 큰 대청마루가 있었다. 그 창문을 열면 바로 밖이 되기 때문에, 그 커다란 창문은 우리에게 안과 밖을 규정하는 경계가 되었다.

대청마루는 우리 집의 중심이자 경계였다. 그곳을 통과해야만 외부 세계로 나갈 수 있었고, 동시에 외부의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다. 그 공간에 서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한낮의 방문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어느 여름의 한낮. 그날은 특히 더웠다. 매미 소리가 산장 주변을 가득 채우고, 나뭇잎들은 바람 한 점 없는 대기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공기는 무겁고 끈적했으며, 시간조차 멈춘 것 같았다.

누나와 나는 방안에서 다 쓴 공책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었다. 새 노트를 계속 사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우개질을 하다 보면 종이가 찢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시 써야 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

드르륵.

창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불현듯 매미 소리도 잠잠해졌다. 마치 자연 전체가 숨을 죽인 것 같았다. 누나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엄마가 일찍 오셨나?"

자신도 믿지 않는 표정의 누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는 항상 다섯 시가 되어야 돌아오셨다. 낡은 벽시계는 이제 막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게다가 엄마가 오실 때는 항상 노래를 부르며 오셨는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드르륵. 다시 한번 창문이 열리는 소리.

이번에는 더 확실했다. 누군가 대청마루의 창문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일까? 이 외딴곳에 우리 말고는 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누나와 나는 서로 꼭 껴안고 감히 방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 아무도 없을 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방안에서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냈다. 몇 분인지, 몇십 분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시계 소리만이 째깍째깍 규칙적으로 들렸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그 소리가 지금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 우리의 심장박동을 세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의 손이 내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 위안을 삼으려 했지만,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가서 확인해볼까?" 누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직감적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할 수 없는 위험한 느낌이었다.


기억의 진실성

물론 몇십년도 지난 어린 시절의 기억이고 그 당시의 정황과 상세한 사건 경위에는 확신이 없다. 왜곡된 당시의 어떤 느낌에 우리가 스토리를 입힌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그 집에서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가슴을 옥죄는 범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우리에게는 외로움과 불안감이 그런 현상들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낡은 집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들을 우리가 과도하게 해석했을 수도 있고, 기억이 세월과 함께 각색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만큼은 거짓이 아니다. 두려움, 불안감, 그리고 무력감. 그 감정들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누나와 내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 시간의 증인이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경험했다고 느꼈느냐일 수도 있다. 그 집에서의 경험은 우리에게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미지의 영역과 마주할 때 우리가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 집에서 보낸 시간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무서웠지만, 동시에 신비로웠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견뎌내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 서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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