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1 괴기 산장, 4장 두 아이의 기다림

4장 두 아이의 기다림

by 글빛누리


홀로 남겨진 시간들

나와 누나는 엄마가 일하러 간 낮 시간 동안에는 보통 집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정확히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떠난 후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대구 시내의 미군부대에서 일하셨다. 병사들의 군복을 빨아 말리는 작업이었고 아침 일찍 나가셔서 저녁이 되어야 돌아오셨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산장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누나, 배고파." 가끔 내가 말하면 누나는 주변을 살피며 대책을 마련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지내야 하는 우리에게 누나는 엄마이자 보호자이자 친구였다. 누나는 항상 나를 돌봐주었고, 어떻게든 하루를 보낼 방법을 찾아냈다.


자연이 주는 선물들

밖에서 돌치기를 하고 사파이어 꽃술을 뜯어 달콤한 수액을 먹기도 했다. 사파이어는 우리에게 작은 선물 같은 존재였다. 그 자그마한 보라색 꽃잎 사이에서 나오는 달콤한 물은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이것 봐, 이게 제일 단 거야." 누나는 능숙하게 꽃잎을 찾아 꿀을 빨아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탱자나무를 따라 집 뒤 주위로 한 바퀴 돌기도 했다. 탱자나무는 먼 울타리 역할을 했다. 그 가시 돋친 나무들은 우리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이 괴기스런 장소에 가두는 감옥 같기도 했다.

봄이면 탱자꽃이 하얗게 피어났다. 그 달콤한 향기는 산장의 음산함을 잠시나마 가려주었다. 여름이면 초록색 탱자 열매가 맺혔지만, 너무 써서 먹을 수는 없고 다익어 노란 열매도 먹어보면 너무 시어 저절로 눈이 감길 정도였다. 탱자나무 울에서 보는 산장은 나름 보기 좋았다. 어린 우리에게 이층집은 웅장해 보였고 동화 속의 대저택 같은 느낌도 주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언젠가 아빠가 돌아오면 우리도 스위스에 갈 수 있을까?" 한번은 내가 누나에게 물었다.

"글쎄..." 누나는 말을 아꼈다.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의 부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공백을 남겼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기억은 흐릿했다. 개울에서 고기를 잡던 사진 속의 모습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부재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있는 아버지가 우리에게는 없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가 너무 어렸다.

가끔 누나가 말했다. "아빠는 공부하러 가신 거야. 나중에 훌륭한 박사님이 되어서 돌아오실 거야."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 떠나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엄마를 기다리는 의식

엄마가 돌아올 다섯 시가 되면 대청마루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밭 너머로 엄마의 모습을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졌다.

다섯 시가 가까워지면 누나와 나는 서로 말없이 담배밭 너머 오르막 길을 주시하곤 했다. 그 시간만큼은 집 안의 이상한 기운도 잠시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의 간절한 기다림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 같았다.

노래소리가 들리는 느낌에 바닥에 무언가를 쓰고 있던 누나가 고개를 들었다.

"저기! 엄마다!"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리고 마침내, 멀리서 엄마의 모습이 보이면 우리의 마음은 안도감으로 가득 찼다. 엄마는 항상 노래를 부르며 오셨다. 피로에 지친 목소리였지만, 그 노래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엄마는 이 노래를 자주 불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우리 가족, 더 나아가서 엄마의 심정이 너무도 노래와 일치하지 않았나 싶다. 남편은 멀리 떠나고, 두 어린 아이를 홀로 키우며, 이 으스스한 집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고독과 불안.

그래도 엄마는 항상 우리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쓰셨다.


엄마의 작은 선물들

"얘들아, 학교 잘 다녀왔어?" 엄마는 항상 그렇게 물으셨고, 우리는 항상 "네!"라고 대답했다. 집 안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나, 창문이 저절로 열리는 일 같은 것들은 절대 말하지 않았다. 엄마를 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는 미군 PX에서 얻은 초콜릿이나 껌을 가져오셨다. 그런 날은 우리에게 축제 같은 날이었다. 그 달콤한 맛은 우리가 경험한 어떤 맛보다도 특별했다. 그것은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신비로운 선물 같았다.

"이거 봐, 오늘은 이런 것도 있어." 엄마가 작은 포장지를 꺼내시면 우리는 눈을 반짝였다.

허시 초콜릿의 은박지를 조심스럽게 벗겨내는 것부터가 하나의 의식이었다. 그 달콤함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었다.

수,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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