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아포리즘

by 김명준

•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배부른 돼지보다 낫지 않다. 쓸모없었기에 거목이 될 수 있었던 장자의 나무처럼 돼지도 시비를 따지는 마음을 넘어섰기에 자족할 수 있던것이다.


• 사람들은 돼지를 비웃지만 돼지는 배부르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존경하지만 그는 늘 배고프다. 배부름과 배고픔의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돼지는 돼지로서 도(道)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 플라톤은 이성을 정념보다 우위에 두었고 흄은 정념을 이성보다 우위에 두었다. 그러나 장자의 제물론에선 우인것도 열인것도 없다.


• 한병철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능력과 성과를 최상의 가치로 보는 성과사회다. 세속에 휘둘리느라 성정을 잃지 말라는 장자의 처방이 절실해지는 시대다.


• 푸코가 말한 생체권력은 겉으로는 자기계발, 자기관리 같은 이름을 하고 있지만 그것의 진짜 목적은 노동력과 효율에 최적화된 자아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장자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사는 무위자연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생체권력은 오늘날 성과사회에서 더욱 정교화 되었고 장자의 바람이 더욱 이루어지기 힘들어졌다.


• 요한 하위징아에 따르면 수단과 목적의 분리는 노동이지만 수단과 목적의 일치는 놀이다. 놀이를 한다고 해서 쌀이 나오지도 배가 나오지도 않지만 바로 그 장자적 쓸모없음이 놀이를 놀이로 만든다.


• 니체는 도덕이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며 좋음은 귀족이, 선함은 노예의 원한이 만들어낸 단어라고 주장했다. 치밀한 분석이지만 동시에 다소 피곤하기도 하다. 장자라면 시비를 따지기 보다 감정의 자연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라고 조언했을거다.


• 세네카가 말했듯 수명이 짧은게 문제가 아니라 짧게 느껴지도록 사는게 문제다. 장자의 조삼모사처럼 같은 수명도 누구는 짧다고 불평하지만 다른 누구는 그 수명을 유연하게 씀으로써 자족한다.


• 남아선호, 여아선호는 아이의 존재를 마치 소비자의 자위수단인것처럼 여긴다는 점에서 칸트의 정언명령 위반이고 장자의 관점에서도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 내가 사회비판을 하는 것 역시 장자적이지 않다는걸 나는 안다. 하지만 철인은 동굴에서 이데아를 본 후 다시 동굴로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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