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식의 가장 비극적인 점은 존재하지 않는 걸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선 짐승도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능력은 단순히 존재하는걸 넘어서 존재하지 않는 것, 태어나지 않는 것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버렸다. 육체는 제한적이지만 상상에는 제한이 없다. 죽음이라는 상상 불가능한 영역마저 인간의 의식은 상상하도록 설계되었다. 상상할 수 없는걸 상상해야만 하는 의식은 문명과 비극을 동시에 낳았다. 인간은 날 수 없지만 ‘날 수 있는 나’를 상상함으로써 비행기를 발명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비행기를 발명해도 ‘나’는 여전히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상 속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간극은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