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멸(1988, 벨라 타르)>

by 김명준

베르그송은 시간이 분할 불가능한 흐름의 지속이며 그것이 생명의 본질이자 창조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벨라 타르의 질식할 듯한 롱테이크는 베르그송이 포착하지 못한 지속의 민낯을 보여준다. 창조적이지 않고, 생명적이지 않고, 단지 끔찍하기만 할 뿐인 지속. 그리고 그건 흐름이 아니다. 흐름이라는건 여전히 어떠한 유동성과 자유와 긍정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건 정체에 가깝다. 절망의 정체 속에서 시간만 지속되는거에 가깝다. 주인공은 이미 시작부터 죽어있으며 남은건 정열 없는 사랑, 공허한 춤과 멜로디의 무한반복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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