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 보러 온 까치

우리딸에게는 오래도록 버팀목이 되어줄테다

by 서희

우리집 창문에는 가끔 까치가 날아온다.

잠깐 지나가는게 아니라

창문 앞에 앉아 한참을 서성인다.


울 남편은 그걸 보고

장인어른께서 손녀 보러 오시나봐

하고 배시시 웃는다.

나도 그 까치가 울 아부지 같다.




아부지는 5년 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투병을 한 것도, 사고가 난 것도 아니다.

엄마와 나는 대놓고 슬퍼하지 못한다.


요새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 할머니가 그런 말을 하더라,

너무 슬프면 가슴속 깊이 묻어둔다고

그러면 나중엔 그 이름도 입밖으로 안 나온다고

아부지에 대한 내 맘이 딱 그런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 아부지가 없게 되면

그래도 어릴때 아부지를 잃게 된거보다 나을줄 알았다.

"막 매일매일 돌아가신 아부지를 생각하진 않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

하루도 빼먹지않고 1초라도 아부지가 매번 떠오른다.


살아 생전 아빠라고 불렀지, 아버지- 하고 부른 적 없다.

근데 돌아가시고 나서 생각해보니

우리의 관계는 아부지가 맞는거 같다.


어릴 적 배아픈 나를 밤새 업고 거실을 돌아다니신

따뜻한 기억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오해하며 서로를 알지 못한채

살아온 어두운 기억도 뒤섞여 있다.

돌아가시기 전, 몇년 동안은 정말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게 가슴에 콕 박혀있다.

술 한잔이라도 하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라도 해볼걸 싶다.




이제 7개월 접어든 딸래미를 보며 온갖 생각이 든다.

남편과 나 둘 다 건강히 오래 살아서

항상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줘야지 하는 생각,

딸래미에게 엄마 할아버지를 못 보여줘서 미안한 마음,

그리고 귀여운 손녀딸을 아부지한테 너무 보여주고 싶다.

(아빠가 너무 귀여워 했을 것 같다)


아부지의 부재는 내 맘속 깊은 곳에 숨기고

아마 평생 요 상처를 몸에 지닌채로 살게 될거같다.

그렇다고 매번 감정이 격할만큼 슬프진 않지만

상처가 새 살로 덮어지진 않을 거다.

울 딸에게는 이런 원초적인 슬픔이 없었으면 하는것이

나의 바람이자 소망이다.


까치가 온지 한 2주 됐는데 내일 또 와줬으면 좋겠다.

(아부지가 하늘에서는 평온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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