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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Feb 21. 2023

삶이 남긴 흔적

요네즈 켄시의 레몬을 듣고

https://youtu.be/SX_ViT4Ra7k


어떻게 보면 나는 참 다국적인 사람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시절은 미국에서 보냈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중국 드라마를 가장 좋아하고, 영국이나 일본 음악을 주로 듣는다. 방대한 분야의 취향을 함께 공유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간에, 오늘은 요근래 내가 가장 빠진 노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다름아닌, 요네즈 켄시의 < 레몬 > 이다.


요네즈 켄시는 세카이노 오와리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아티스트이다. 그 중, < 레몬 >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담담히 읇조린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없음에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삶을 향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가슴에 남아 떠나지 않는 씁쓸한 레몬 향기
비가 그칠 때까지 돌아갈 수 없어
잘라서 나눈 과일의 한쪽 같이
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이야


삶은 불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한순간 타올랐다가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만다. 아마 오랜 시간이 후에는 그 누구도 그 불꽃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쓰여졌을 테지만, 지금은 해석할 수 없게 되어버린 파에스토스의 원반처럼 말이다. 이처럼 삶이란 본디 허망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죽음이 비극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낯선 개념이겠지만, 그 결말이, 단순한 빛이든, 허망하게 꺼져버린 빛 뒤에 남은 어둠의 구렁텅이이든, 어느 누군가의 한 시기, 때를 밝혔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긍정적이었던, 부정적이었던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른 누군가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을 뿐이다. 우리가 남긴 그 흔적이 다른 누구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또 다른 누구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면, 결국 모두가 커다란 운명의 수레바퀴의 주인이 된다.


만약 그렇게 삶이 지닌 의미가 그 자체가 아닌 '흔적' 이라면, 지금의 헤어짐은 진정한 헤어짐이 아니게 된다. 그 주체가 더이상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흔적은 지워지기 않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르고,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을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훗날 나의 장례식은 흥겨운 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루어내야 할 모든 의무는 끝이 나고, '흔적'으로서 '나'의 존재가 훗날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날만 남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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