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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May 26. 2023

초1들을 분리 배출장으로 보내자!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읽고

아이가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받았다.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 적힌 왕관을 만들어 왔다. 지나가다 자동차가 많이 보이면 대기 오염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북이가 빨대나 마스크를 먹지 않도록 잘 버려야 한다며 몇 번이고 재잘다.


미세 플라스틱, 바다 쓰레기, 탄소, 기후 변화, 코로나 이후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쓰레기 문제와 이미 지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체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어린시절의 계절 풍경은 늘 그립다.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내 나름대로 바른 방법을 실천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딸이 자꾸 이야기하니 압박감이 생긴다.  


무엇이든 배운 초1은 무섭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은 100% 실천해야만 한다. 질문으로 위장하고, 잘못된 행동을 강하게 비판한다.  


동네 서점에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구입하고 딸에게 함께 읽자 했다.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우리가 한 번쯤 버려본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딸아이는 처음 몇 장은 나와 함께 읽더니 어느새 속도가 붙어 혼자 읽기 시작했다. 어려운 내용은 설명해주려 했는데 나름대로 이해했는지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도 곧잘 한다.


책을 함께 읽은 후,  딸과 나는 두 가지만 기억하자는 약속을 했다.


먼저 ‘소비자의 역할’의 중요성을 기억하자고 했다.  우리 가정의 소비 패턴을 최대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인류의 소비는 점점 확대되어 간다. 정말 살기 위해 소비를 최소로 줄여야 하는 SF 영화에서 보던 상황이 인류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토토로, 몰랑이, 키티와 같은 캐릭터가 디자인된 물건과, 작고 예쁜 소품을 좋아하는 딸아이이지만,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한번 더 정말 필요한 것인가?, 정말 갖고 싶은가를 고민하기로 약속했다.


40년 간 만들어진 나의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은 힘들겠지만, 김용택의 어머님이 땅 속의 벌레들에게 ‘눈 감아라. 눈 감아라.’ 외쳤던 그 마음으로 자연을 아껴보려고 한다.


지구의 자원을 최대한 고갈시키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순환 경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품의 재사용, 재활용이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업과 지자체, 나아가 각 정부의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은 그들이 본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요구해야 한다. 결국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야 한다. 딸아이가 우리집 분리배출 점수에 63점을 주었다. 분리배출을 정말 엉망으로 하고 있었다. 분리배출은 각 쓰레기들이 재활용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별장에서 편하고, 빠르게 분리할 수 있도록 배출해야 한다. 그동안 마냥 많이 분리배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 기준에서 자의적인 분리배출을 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을 텐데.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해하는 바다 생물들과, 빙하가 녹아 죽어가는 북극곰을 보면서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환경을 위해 단순히 텀블러를 쓰고, 당근 마켓에서 물건을 재사용하며 잘하고 있다고 위안했다.


분리배출 시스템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알려줄 곳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엄마, 저 아줌마는 왜 저렇게 버려? 쓰레기 박사님이 저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엄마, 마스크는 거북이가 먹지 않도록 잘 말아서 버려야 하는 거지?
저 아저씨는 몰라? 어른인데?, 그럼 배워야지!"

분리배출장에서의 초1은 아주 엄격하다. 그리고 우렁차다. 사랑하지만 민망하다. 팩트 폭행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엄마는 깨달았다.


아! 반대구나. 초1들을 분리 배출하는 곳에 세워 어른들을 교육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겠다. 교육부에 초1들을 대상으로 캠페인 활동을 건의하고 싶다.


환경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앞으로 자라날 우리의 아이들이다. 당당하게 어른들의 잘못을 꾸짖고, 요구해야 한다.  솔직하고 엄격한 아이들이 환경문제와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초1들을 분리배출장에 세우자. 그리고 아이들이 요구할 수 있게 하자.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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