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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림책 읽기를 시작하다.

함께 읽고, 함께 나누는 가족의 시간

by 토마토샘

스스로를 늘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칭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 뜻대로 살고 있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단 하나도 없는 삶이다. 10대 시절에는 매 순간이 외로웠고, 20대에는 그 지독한 외로움을 사람들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30대에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때때로 외로워졌고, 40대, 서른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둘째를 낳아 기르는 지금의 나는 외로움을 느낄 틈조차 없다. 일은 끝없이 밀려들고, 두 손은 늘 부족하며, 잠시 숨을 고를 여유조차 없다. 해야 할 일들에 쫓겨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나를 뒤로 미뤄둔 채 굴러가는 일정들이 너무나 많다. - 2025년 5월 7일의 일기 중'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아가다 보면 문득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특히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두 아이가 잠이 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마음속에 생각이 불쑥 떠오릅니다.


"행복의 가장 큰 근원은 가족과의 소통일 텐데.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 오늘 나는 우리 가족과 진짜 대화를 나누었나? 그러면 그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가족은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서로 참 다릅니다. 저희 집 구성원들도 개성이 넘칩니다. 엄마의 이른 복직으로 어렸을 때부터 TV와 가까이 지낸 여섯 살 아들의 제일 친한 친구는 텔레비전입니다. 열두 살 소녀 첫째는 홀로 소설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동생만 데리고 바깥놀이를 나갈 때가 제일 행복한 녀석입니다) 아빠는 이과적 사고를 하는 F형 인간이고, 엄마는 문과적 사고를 하는 T형인간입니다. 음식 취향도 감정 표현의 방식도 모두 다릅니다.


서로 다른 네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으니 매일 소소한 충돌도, 어긋남도 일어납니다. 작년, 사랑하는 할아버지이자 아빠, 눈이 내리면 운전이 서툰 며느리를 직접 출근시키던 시아버지를 떠나보내는 큰 슬픔을 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다가 암흑처럼 조용해지던 순간도 겪어냈습니다.

저는 가족이 서로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이자 교사인 저는 그러다 문득 ‘그림책’을 떠올렸습니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책, 아이와 어른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읽을 수 있는 책. 엄마와 아빠는 마음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이 주일에 한 번 그림책을 선정해 가족이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책을 통해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때로는 울고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더 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된, 우리 가족의 그림책 읽기 기록입니다. 화려한 활동도 결과지도 없습니다. 단순히그림책을 읽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활동입니다. 지금까지 단 두 권의 책을 읽었고, 극적인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야한다는 부채의식과 기록의 힘이 우리 가족의 그림책 읽기 활동을 이어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책을 읽었지만, 각자 느낀 것이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르기에 그 다름이 곧 대화의 시작이 됩니다. 그 대화가 서로를 존중하게 하고, 우리 가족을 조금 더 가까이 이끌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서로 다른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 그림책 읽기의 순서

- 함께 읽기 - 내용 파악하기- 대화 나누기 - 우리 가족과 연결하기 - 다음 책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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