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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지려다 바보가 된 웃픈 이야기

by 느뇽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쓰다보면,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제 마음 속에 숨어있는 완벽주의가 꿈틀댈 때마다 제가 되새기는 말입니다.





완벽해지려다가 바보가 되어버릴뻔한 저의 웃픈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일을 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빨리 친해지는 것'입니다. 그 비결은 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 그 사람의 '좋은점'을 굉장히 잘 알아봅니다. 저에게는 남들의 좋은점만 쏙쏙 골라보이는 돋보기가 장착된 셈이죠. 이런 제 강점 덕분에 저는 누굴 만나든 아주 빠르게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모임이든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수업이든 화기애애하고 재밌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타고난, 그리고 제가 열심히 갈고 닦아온 제 강점입니다.


이런 제가, 카리스마를 갖고 싶어서 엄근진을 따라하다가 망할뻔 했던 이야기입니다. 하하.


강사가 되면 주변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더 좋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때의 저에겐 피드백을 걸러서 들을만한 노련함이 없었습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은영씨는 다 좋은데 아이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없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면 딱 정색하고 무섭게 해서 나에게 집중시킬줄도 알아야지. 은영씨가 학생들의 친구가 되려고 여기 온게 아니잖아? 너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절제할 줄 알아야해. 사적인 감정을 좀 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는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서 조용히 시키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왜 모두 억지로 조용히 하고 나에게 집중을 해야만하죠? 스스로 관심이 생기고 듣고 싶으면 알아서 귀를 기울일텐데 말이에요. 사람을 기분나쁘고 무섭게 만들어야만 집중시킬 수 있다면 그게 과연 좋은 강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분의 의도는 사람을 기분나쁘게 해서 말을 듣게 만들어라! 는 아니였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어서 확 휘어잡으라는 뜻이었겠죠. 하지만 저에겐 그게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의 타고난 성향은 웃음이 많고 해맑고 밝은 것입니다. 특히나 그래서 아이들이 저를 정말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으로서 다가오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같은 '친구'입장에서 다가오는걸 좋아하죠. 그런데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이지 않나요? 나에게 '나이 많은 어른'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나이는 나보다 많지만 '친구'의 동등한 입장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싶을 것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억지로 무엇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하는 것은 저이지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상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좋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슬프게도, 전 그분의 피드백을 듣고,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장착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강아지가 호랑이를 따라하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었겠죠.


저는 도무지 분위기를 엄하게 만들 자신은 없었습니다. 제가 그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자. 사람들을 덜 좋아하자 였습니다.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죠. 저의 가장 큰 능력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는 것인데요!

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 강점을 가리는 것을 택한 것입니다. 꽤나 오랜시간 동안 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갔습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지는 다 머릿속에 그려지시죠?


학생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왜 갑자기 변하셨어요. 예전 쌤이 더 좋아요."

"왜~ 내가 뭐가 변했는데!"

"예전에는 쌤이랑 같이 이야기하면 너무 즐겁고 좋았는데 요즘은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요"


제 스스로 어색한,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아이들도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겠죠.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학생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저 사람 왜 저래? 하면서 피할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저는 이 때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꽤나 괴로웠거든요.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저를 너무 힘들게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서 먼저 달려가서 밝게 인사하고 같이 장난치면서 수다떨고 싶은데 강사로서의 근엄함을 지켜야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혼자 조용한 곳에 앉아서 무표정으로 앉아있곤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 약점을 보완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아무것도 잘하는게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무서운척을 해도 전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기분나빠보이는 힘 없는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죠. 저는 제 강점도 잃고 제 약점도 강점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그런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어떤 교육학자의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부모가 해야할 일은 내 자녀가 어떤 재능을 타고났는지를 발견해서 그것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타고난 재능을 발견해서 그것에 몰빵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내가 타고난 재능을 갈고 닦으면 그 사람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1%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내 재능이 아닌 분야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중상위권 이상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노력과 꾸준함만으로 타고난 재능을 갈고 닦은 사람을 이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은 내가 타고난 재능을 발견해 오랫동안 노력과 꾸준함으로 갈고 닦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1%안에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 강점이 아닌 약점에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제일 괴롭게 합니다.

치타에게 초원을 달리지 못하게 하곤 계속 하늘을 나는 훈련을 시키면 스트레스로 픽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지금 내 삶이 전혀 즐겁지가 않고 스트레스만 가득하다면 내가 내 강점이 아닌 약점에만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던건 아닌지 돌아보세요.


그러니 여러분,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토끼인지 사자인지 물개인지 독수리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더 갈고 닦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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