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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학 정말 해볼만한데요?

by 느뇽

제 교습소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이 행복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름을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


제 교습소 이름은 < 해볼만한 수학 > 인데요,

처음 수학 교습소를 해볼까! 마음 먹었던 그 순간 바로 제 머릿속에 뿅 떠오른 이름입니다. 마치 계시받은 것처럼 제 머릿속에 그 이름이 선명하게 떠오르더라구요.


선생님만 잘 만나면 수학을 정말 재밌고 쉽게 배울 수 있는데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는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답도 딱 정해져있고, 이렇게 깔끔하고 확실한 과목이 어디 있나요!


수학, 제대로 배우면 정말 해볼만하다는것!!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뜻을 담아서 < 해볼만한 수학> 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이 이름을 생각하고 너무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조금 아쉽게도 이미 < 해볼만한 수학 > 이라는 책이 세상에 있더라구요! 한발 늦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전 이 이름이 좋습니다 :)





오늘 이야기 해드릴 주인공은 사진 속 귀요미입니다^^


지금은 멀리 이사가서 그만둔 귀여운 학생인데요, 교습소 오픈하자마자 등록한 학생이라 초반에는 저랑 1:1 수업을 했습니다.


초6 남학생인데요, 저를 만나기 전 이 학원 저 학원 옮겨 다녔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수학이 너무 어렵기만 했다고 합니다.


딱보니 이 친구는 수업 한시간 반 내내 집중하기 어려운 학생이더라구요. 게다가 학교에서 있던 일들을 쫑알쫑알 이야기하는걸 좋아하는 학생이라 저한테 온갖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던 학생입니다.


귀여운 학생의 하루 일과도 들어주고, 속상한 일도 들어주고, 간식도 주고 그러면서 하루에 목표한만큼만 공부를 시켰습니다. 욕심이 있는 친구라 정한 곳까지는 꼭 다 풀려고 노력하는 기특한 학생이었어요.


어느 날 이 학생이 그러는겁니다.


“선생님, 근데 진짜 선생님이랑 하니까 수학 해볼만한데요? 학원 이름 진짜 잘 지으신 것 같아요.”


이 말이 제겐 사랑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아직도 그 순간의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학생이 등록하는 순간보다 훨씬 더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어느날은, 교습소 건물에서 화재 대피 훈련을 한다고 20분간 다 나가라고 하더라구요.


애들은 이런거 제일 좋아하는거 아시죠?^^

어쩔수 없이 공부를 못하겠다며 신나서 나가는 학생을 데리고 공차를 사서 근처 공원 그네에 앉았습니다.


참 기특한 이 친구가 지나가는 초등학생들마다 말걸며 이러는거예요~


“안녕! 너도 해볼만한 수학 올래? 여기 진짜 좋아. 수학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어”


오해 마세요, 제가 시킨거 아닙니다 ㅎㅎㅎ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기특한 이 친구 덕분에 저는 이 일이 제 천직이라는 생각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사가서 학원을 그만두는 날, 이렇게 사랑스러운 문자를 보냈더라구요.


이사가도 한시간씩 버스 타고 여기까지 오겠다고 고집 부리던 너, 자기 누나도 여기 다니면 수학 잘하게 될텐데 이사가서 아쉽다는 너, 말이라도 너무 고마워!


저 진짜 이 일 하기 잘한 것 같아요!! 그쵸?


나도 잊지 못할거야 ^^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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