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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000 벌 때까지만 !!!

by 어쩌다 원장 Mar 08. 2025

그렇게 전 눈떠보니 교습소 원장이 되어 있었고,

어찌저찌 그렇게 저의 원장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마치 제가 꼭 교습소 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듯 모든 것이 마련되었고

온 가족이 정성들여 인테리어를 도와줬는데 안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목표를 세웠습니다.


학자금 대출 3,000 만원

결혼 자금 2,000 만원


딱 5,000 모을 때까지만 열심히 하자 !!!!


매일 달력에 검정색 색연필로 엑스자를 그어가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5,000을 떠올리면서.


제가 또 하면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게다가 5,000 쉽게 버나요? 5,000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대충해서 어떻게 벌겠어요.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결과지, 수업 진도 계획표, 등등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고

블로그에 제가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지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저에게 상담 오시기 전에 블로그를 미리 읽고 오실 수 있도록 블로그에 제 소개도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 블로그 글을 보고 저를 신뢰하게 되셨다며, 꼭 아이를 맡기고 싶다며, 감사하게도 이제 막 교습소를 오픈한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수학을 가르치는 일은 오랫동안 해왔던지라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학원에서 겪었던 원장의 실적 압박도 더이상 없었고, 제 블로그 글을 보시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제 교육 방식과 맞는 분들만 오셨기 때문에 저를 힘들게 하는 학부모들도 없어서 편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괴로웠던 이유는 의외로 '외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소속감도, 동료도 없이 작고 막힌 사무실에 매일 나 혼자 있는 기분은 살면서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습니다. 두렵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정말 수없는 감정들이 매일 저를 스쳐갔습니다. 


'소속감'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꽤나 크게 작용하더라구요. 정말 이제 '나 혼자' 일한다는 사실이 꽤나 두려웠습니다. 학생들 말고는 이야기할 사람도 아무도 없다는 사실도, 창문이 없어 날씨를 알 수 없는 곳에 혼자 갇혀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갑갑했습니다.


학원에서 겪던 고충은 사라졌지만 매일이 외로움과 막막함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없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니 견디는 수밖에요. 하루하루가 너무도 느리게 흘러갔지만 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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