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 작은 공간에 있을 저를 위해서라도 이 곳에 정을 붙여야만 했습니다. 너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뭐라도 해야만 했습니다.
학원 내부의 갑갑한 느낌을 바꾸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한군데씩 페인트 칠을 하면서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바꿔갔어요.
매일 수업이 끝나고 페인트칠을 하다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페인트칠이 아무 생각 없이 하기에 딱 좋은 일이더라구요. 그렇게 조금씩 공간이 아늑하게 바뀌어가면서 더 오래 있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당근 거래 중독이었습니다.
매일 당근 어플을 켜둔채 예쁜 책상이나 의자 올라온 게 있는지 쳐다보는게 일상이었습니자. 기존의 ‘학원 그자체 같은’ 느낌의 의자도, 책상도 하나씩 제가 좋아하는 아늑한 것들로 바꾸어갔습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니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도 붙여두어서 누가봐도 부러워할만한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집보다 여기가 더 좋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그렇게 제 학원이 좋아지니 오래 있고 싶더라구요. 갇혀 있기 싫어서 수업만 끝나면 뛰쳐나가던 제가, 수업 전에 일찍 와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영어공부!
매일 오전 운동을 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학원까지 걸어 오면 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렇게 가벼워진 몸으로 책상에 앉아서 영어공부를 하고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요.
오만과 편견 원서를 읽으면서 예쁜 노트에 한 줄 한 줄 정리하면서 공부 흔적을 쌓아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저는 이곳에 마음을 붙였고 정이 들어갔습니다. 수업이 끝나도 더 오래 남아서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가질만큼 이 공간에 애착이 생기고 있었어요.
친구들도 가끔 제 학원에 놀러와서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수업이 다 끝난 저녁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얼마나 아늑하고 좋게요 ~ 세상 열심히 사는 멋진 원장이 된 기분이 듭니다. 하하
어느새 제 머릿속에 '5000만 모으자' 라는 목표는 흐려졌고, 이곳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딱딱한 분위기에 공부만 해야할 것 같은 다른 학원과 달리 제 교습소는 아늑한 방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아이들도 이곳에 있는걸 좋아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도 집을 안가려고 하더라구요?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곳인데, 바닥에는 온돌이 깔려있어서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 틀고 누워 있으면 잠이 솔솔 옵니다 ㅎㅎ 이렇게 아늑한 곳에서 프라이빗하게 수학공부도 하고 간식도 주니까 좋을 수밖에요!
제가 점점 이 일에 스며들고 있는게 느껴지시나요?
어느덧 스스로 ‘수학 교습소 원장' 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천직이란거 별거 없더라구요.
같은 일이더라도 내가 그 일을 사랑할 수밖에 만들어가면 그게 천직이 되는 것 같습니다.